PC게임에 밀린 전통놀이, 올 설에는 가족 다 함께 모여 '왕걸'을 외칠수 있길 바라

조수환 수필가

우리 민속놀이중 남녀노소에게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윷놀이인 것 같다. 좀 지난시절의 설 명절에는 집안사람들이나 동네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 신나게 떠들면서 윷놀이를 많이 했다. 지는 편에게는 노래를 부르게 하거나 또는 손패 맞기나, 약간의 돈을 부담시켜 엿을 사먹기도 하고, 닭을 사서 요리하여 여럿이 나누어 먹기도 했다.

윷은 보통 단체전으로 두 편으로 갈라 둥글게 번갈아 앉아 반시계방향으로 차례로 논다. 주로 부녀자나 청년들은 방에서 가락윷(채윷)을 놀고, 남정네들은 마당에 멍석을 깔고 밤윷(종발윷)을 온 동네가 시끄럽게 막걸리를 마셔가며 흥겹게 논다. 그외 콩윷, 팥윷도 있다고 한다.

또 기억력이 좋고, 윷놀이를 잘하는 사람들은 윷판 없이 겅궁말(경주방언. 암산으로 쓰는 윷말)을 쓴다. 윷놀이에는 걸도 '큰사리'라고 하며 '뻥걸'과 '왕걸'이란 것이 있다.

쓸데없게 나온 걸은 '뻥걸'이고, 다섯모를 연달아 한 후 이어서 나온 걸이 '왕걸'이다.

'뻥걸'이 나오면 한바탕 소란이 벌어진다. 상대방은 손뼉을 치며 기쁨의 환호를 하는 반면 뻥걸을 했는 편은 큰 실망을 한다. '개'만 나오면 두 밭 앞의 상대 말을 잡아 이기게 되는데, 쓸모없는 걸이 나와 상대방의 말 바로 앞에 가게 되니 도리어 잡아먹히게 된 것이다. 정세는 완전 역전으로 공격당하는 처지가 된다.

'개'를 못해서 아주 난감하게 되었다. 윷이나 모를 하면 한 번 더 노는 기회가 오고, 도를 해도 상대방의 말 바로 뒤에 붙어 상대방 말을 잡을 기회가 남아 있는데, 하필이면 나오지 말아야 할 걸을 했으니 완전 실패를 한 '뻥걸'인 것이다.

'다섯모 왕걸'이라는 것은 단번에 이기는 게임이다. 4개의 '모'로 모의 자리에서 4번 꿉어 넉동을 만들어 걸로 '방혀'자리로 가서 나머지 한모로 나면(결승점 통과) 바로 승리다. 말을 쓸 필요도 없다. 이때의 걸은 아주 귀한 걸이니 '왕걸'이라고 한다.

윷놀이에는 이런 스릴이 여러 군데 더 있다. 정말 재미있고 신나는 건전한 놀이다.

이렇게 재미있는 윷놀이도 요즈음 젊은이들에게는 별 인기가 없는 것이 PC게임 때문인가?

윷놀이에도 선수가 있다. 윷가치를 솜씨 있게 던져 윷가락을 땍때굴 굴리면서 사리를 많이 하는 윷판의 영웅이 나타나서 모나 윷을 연이어 여러 개를 한다. 이런 경우 윷놀이 판은 온통 '사리야 사리야'하면서 손뼉을 치고 열기가 대단해진다.

상대방은 그 기를 꺾기위해 반대로 '도로 도로'하며 서로 큰 소리의 대결이 이어진다. 결과는 더 큰소리를 내는 편이 이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운동경기에서도 큰소리의 응원전이 펼쳐지는 모양이다.

석유등 호롱불을 켜고, 온돌 아궁이에 나무땔감을 때던 지난날의 윷놀이가 더 신이 났던 것 같다. 그런 윷놀이가 계속 발전해서 요사이는 뒷도(뺄도. 한 밭 뒤로) 퐁당(사망) 임신(꿉기) 등이 추가되면서 재미가 더해졌다. 이어가고 싶은 민속윷놀이를 올해 설에는 우리 가족부터 한번 놀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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