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가 목표를 세우면 참모는 그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전략지도를 마련해야 한다.", "아이디어가 많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보스가 하나의 아이디어라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략가의 최대 적은 도그마다. 유연한 전술 운영만이 승리를 낚아챈다.", "전략가는 민심의 풍향을 읽고 지도자를 움직여 돛을 조정할 줄 알아야 한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책사 딕 모리스의 참모론이다. 딕 모리스는 1977년 클린턴이 아칸소주 법무장관 시절 처음 만나 결합과 결별을 반복하면서 17년간 클린턴을 위한 정치책사로서 헌신했다. 클린턴이 두 번이나 대통령이 된 것은 모리스의 역할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선거 천재', '고용된 총잡이(hired gun)'로 불렸던 모리스는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클린턴 곁을 떠났다.

클린턴은 복지 의료정책, 재정적자 축소 등 대통령으로서의 준비된 정책을 가졌으나 워싱턴 정치의 문외한이었다. 그 때문에 자신의 정책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지역기반과 선거가 우선인 민주당의원들의 의지에 끌려 다녔다. 대통령의 인기는 급락, 1994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했다. 클린턴이 딕 모리스에게 구원을 요청, 다시 클린턴의 파트너가 됐다. 대통령이 정치적 열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돌아온 '고용된 총잡이' 모리스의 활역으로 클린턴은 정치적 위기를 극복, 재선의 길을 다질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그를, 아이디어를 보스에게 먹일 줄 아는 '위대한 세일즈맨'이라고 평가했다. "그가 10개의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7개는 쓸모없고, 한 두개는 위험하고, 그리고 한 둘은 정치적 천재의 영감이 담겨 있다. 클린턴은 그것을 분별할 줄 았았다. 그 한 두 가지가 선거운동의 동력이 됐고, 나라를 바꿨다."는 것이다. 모리스는 민주당과 공화당을 오가는 '철새책사'라는 인간적 결함도 있었지만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바꾸는 천재적 책사였다.

안철수의 '팔고초려' 끝에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이 안철수 책사로 다시 들어갔다. 이회창, 박근혜, 안철수, 문재인 등 여러 보스 밑에서 둥지를 튼 바 있는 '철새책사' 윤여준이 '안철수의 딕 모리스'가 될 수 있을지 그의 '정치 유전(流轉)'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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