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처마밑에서
바람과 하늘과 속삭이며
대롱대롱 작은 꿈 하나를
길게 길게 드리웠다
하도나 엄마의 손길이 그리워
하얗게 돋아난 상처도 등진 채
곰삭은 삶만 그리며
머리를 숙이고 있다
드디어 엄마의 다독임에
신바람 나서 곱게 올린 머리 풀고
촐랑촐랑 미역 감는다
찰나 식탁 위에서
산해진미가 가재걸음치고
보글보글 생명의 대화가 시작된다
<감상> 처마 밑에서 곰삭은 메주가 토장국이 되기까지 엄마의 정성으로 빚어진 우리네 풍속도 다름 아니다. 진정한 한국인의 밥상 그 으뜸자리에 놓여져 왔던 것이다. 여기에 대파나 호박잎을 썰어 넣으면 더욱 별미였던 것이다. (서지월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