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속에서도

어연히 횐옷을 입었구나

나의 봇나무 숲이여

너의 앞에만 서면 쏟아지는 눈물

왠지 나는 금할 수 없네

 

공명을 쫓아 해매던 반백년

존재의 이유마저 알지 못하고

허둥지둥 달려온 자국마다

늦게나마 얻은 나의 깨달음이

고통스럽게 신음 하고 있다

 

반만년 역사의 얼이

반만년 백의 민족의 정성이

고스란이 숨쉬고 있는 나의 봇나무숲

만고풍상을 겪은 이 숲의 절개를

내 자식 내 손자들은 알고나 있을까

 

아! 나의 봇나무 숲이여

너의 앞에만 서면 쏟아지는 눈물

왠지 나는 금할 수가 없네

<감상> -한국에서는 자작나무라 부르는데 만주땅 어딜 가나 매서운 추위에도 굳건히 견디며 무리 지어 숲을 이루고 있는 끈질긴 생명력의 봇나무 풍경이다. 일제치하 이주해 간 우리민족의 표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서지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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