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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이야기

정월은 새로운 시간 여는 달, 하늘 높이 연을 날려 보내 듯, 나쁜 것 끊고 새롭게 시작을

박인기 대구청각언어장애인복지관장 등록일 2014년02월13일 18시54분  
박인기 대구청각언어장애인복지관장

설이 자나고 첫 번째 오는 보름은 우리민족에게 뜻 깊은 명절 정월 대보름이다.

예전에는 대보름을 설처럼 여기기도 하였다.

조선 후기에 간행된《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의하면 "대보름에도 섣달 그믐날의 수세하는 풍속과 같이 온 집안에 등불을 켜 놓고 밤을 세운다." 는 기록이 보인다. 한편 중국에서는 한나라 때부터 대보름을 8대 축일의 하나로 중요하게 여겼던 명절이었고, 일본에서는 대보름을 소정월(小正月)이라 하여 신년의 기점으로 생각하였다.

정월(正月)은 새로운 시간을 여는 달로서 율력서(律曆書)에 의하면 "정월은 천지인(天地人) 삼자가 합일하고 사람을 받들어 일을 이루며, 모든 부족이 하늘의 뜻에 따라 화합하는 달"이라고 한다. 따라서 정월은 사람과 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하나로 화합하고 한 해 동안 이루어야 할 일을 계획하고 풍작을 기원하는 달인 것이다.

영어권에서 1월을 January 라고 하는데 이는 "야누스(Ianus, Janus)"에서 유래한 말이다. 야누스는 고대 로마의 신화에서 문을 지키는 신, 수문신(守門神)이다. 문은 열리는 기능과 닫히는 기능을 갖는다.

그래서 "야누스"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열림과, 시작과, 싸움의 얼굴이고 다른 하나는 닫힘과, 끝남과, 평화의 얼굴이다.

정월 대보름에 행해지는 여러 가지 풍속들을 보면 야누스처럼 마침과 시작, 닫힘과 열림의 두 얼굴을 그려내고 있다. 설날부터 대보름까지의 풍속들은 이렇게 묵은 것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힘찬 준비를 상징한다.

대보름날 풍속으로는 부럼 깨물기, 더위팔기, 귀밝이술마시기, 시절음식인 복쌈이나 묵은 나물먹기와 달떡 먹기 같은 것들이 있다.

줄다리기, 다리 밟기, 고싸움, 돌싸움, 쥐불놀이, 탈놀이, 별신굿 등은 묵은 것을 보내고 새 것을 맞이하는 정월대보름 행사다. 대보름날이 되면 '액연(厄鳶) 띄운다'고 하여 연에다 '액(厄)' 혹은 '송액(送厄)' 등을 써서 연을 날리다가 해질 무렵에 연줄을 끊어 하늘로 날려 보냄으로써 액막이를 한다.

건강하게 살면서 한해의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렇게 간절하고 한편으로는 경건하기도 하다. 자연에 순응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풍속들이 설날부터 대보름까지 이어지면서 한 해를 또 새롭게 열어가는 것이다.

대보름의 풍속들은 또한 농경과 깊은 관계를 가진다. 동서를 막론하고 하늘과 해는 남성을, 땅과 달은 여성과 여신(女神)을 상징한다. 그래서 밝은 달빛 아래서 달집을 태우면서 동제(洞祭)를 지내고 한해의 풍요를 기원한다.

현대사회가 비록 농경시대와는 다르다 할지라도 우리는 여전히 땅을 딛고 달빛을 받으며 살고 있다.

정월 대보름에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 속에서 오락게임으로 정서를 메마르게 하기보다는 깡통에 불을 담아 들판으로 나가서 논두렁 밭두렁을 태우며 자연 속에 들어가 보자.

줄을 끊어 하늘 높이 연을 날려 보내듯 나쁜 것들은 끊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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