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저들끼리 화사합니다
혼이 깃든 꽃등입니다
위태위태한 세상
어디로 가시는 걸음인지
내리쬐는 햇볕에도 완강합니다
쟁반처럼 핀 꽃
그렁그렁 담긴 눈물입니다
봉인된 시간 열어 화해할 수 있다면
살아있는 정신 앞에 머리 조아립니다
미안하고 죄스러워 목이 탑니다
낡은 바퀴처럼 돌고 도는 세상
벼락 치듯 떨어져
입 꾹 다뭅니다
<감상>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승강장 안전문에 붙여져 있는 '시가 흐르는 서울'에 선정된 시 '무궁화꽃'이다. 우리 민족의 상징이기도 한 '무궁화꽃'의 피고 지는 자태가 잘 묘사되어 있다. 민족의 수난사도 깃들어 있는 듯 국민들의 애환도 얼비치는 듯하다. (서지월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