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년 경주 현곡 출생, 조선미전 3회 특선 수상, 일본 제전에서 4회 입선

이종기 포항시립미술관 도슨트

1907년 경주 현곡에서 출생한 손일봉 작가는 경성사범학교 재학 중 조선미전에서 세번 특선을 수상했다. 일본동경미술학교 졸업(1934)전에도 일본 제전에서 4회에 걸쳐 입선함으로써 당시 '천재화가'라는 찬사를 받으면서 장래가 촉망되는 작가로 점쳐졌다. 그러나 졸업 후 북해도로 가 조용히 미술교사로 지내다 해방 후 고향 경주로 돌아왔다. 귀국 후에도 25년 동안이나 대구·경주·영주·문경·의성 등지에서 중·고 학교장을 하며 뚜렷한 작품 활동은 하지 않고 지냈다. 그러다 수도여사대(현 세종대) 회화과 교수로 초빙(1971)되면서 그림활동을 다시하게 되고, 국전·경북도미전 등에 초대작가나 심사위원을 하곤 했다.

정년퇴직(1974) 이후 대구에 살면서 본격적으로 창작활동에 전념해 작고(1985)전까지 개인전 10여회와 수 백점의 작품을 남겼다.

그가 어려운 일본 제전에 첫 번째 입선하게 된 일화가 전해온다. 어느 해, 일본전국 미술 전람회장을 찾았다. 많은 기대를 하고 갔지만 신통한 그림이 없어 '그림들이 모두 도토리 키 재기네'하고 중얼거리는 데, 옆에서 일본 운동 선수하나가 그 말을 듣고, '조센징이 감히 일본 화가를 비웃어?'하며 뺨을 때리며 다짜고짜 폭행을 해댔다. 그 길로 어디 두고 보자 다짐을 하고 열심히 그림을 그려, 친구에게 대신 제전에 출품케 했다. '내 그림이 입선하면 전보를 치고 떨어지면 불태워라'라는 당부도 함께 했었다. 그는 결국 입선소식을 들었고, 겪었던 수모를 되새기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6·25전쟁이 일어나면서 그는 종군화가 단에 편성돼 동부전선을 따라 전황을 스켓치하며 전쟁의 참상을 알렸다. 전시 중인 작품 중 병사그림(1950) 네 점은 글을 쓰거나, 총을 멘 병사의 모습들을 종이 위에 그린 작품이다. 특히 '형산강 전투(1950)' 는 치열했던 안강·포항전투에서 국군들이 배를 타고 형산강을 도강하는 그림으로, 배 주변에 폭탄이 터지며, 물기둥이 솟는 모습은 위험한 실전의 생동감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이 그림은 종이를 구하기 어려운 야전에서 재생지(포대 종이)에 그린 그림으로 유명하다. 종군 생활 중 직접 쓴 필적과 기타 자료들도 전시돼있다.

그는 평범한 소재에 탁월한 심미안으로 사실주의적인 표현 방법을 썼다. 그가 좋아하는 구체적인 대상물을 선택해 부드럽고 온화한 필치와 색조로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그 묘사의 범위를 최대한 축약해 붓으로 신속하게 처리 해나가는 것이 그의 주된 작업방법이었다.

현재 포항시립미술관에 전시 중인 작품으로는 종군관련 작품 외에 '소녀', '돛', '강변풍경', '복숭아', '풍경'이 있다. 전시외의 다른 작품으로 '돌산', '호박' 그리고 누렇게 물든 가을들녘을 배경으로 한 '남산'등 약 500여점이 있는데 유족이 소장한 작품이 200여점, 그 외 현대미술관·호남미술관·대구문화예술회관등에 주로 보존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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