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인자살·노후빈곤률, OECD 국가 중에 가장 높아, 노후설계 서비스 확대 시행

이재수 국민연금공단 안동지사장

자연의 흐름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싸늘한 차가움으로 몸과 마음을 움츠리게 한 겨울은 강인한 인내심을 길러주고 물러났다. 겨우내 간절하게 갈망했던 봄이 화사함과 발랄함으로 성큼 다가왔다. 햇살은 따스하다. 마음은 왠지 모를 설렘으로 가득하다. 파스텔 톤의 옷이 멋진 매무새를 뽐내는 가게는 지나는 여성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당신의 시작을 응원해'라는 꽃말이 있는 프리지어(Freesia) 한 다발은 은근한 향기를 풍기며 보는 이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봄은 계절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낀다.

그러나, 세계에서 제일 빠르게 늙어가는 대한민국에서 600만명이 넘는 65세 이상 어르신의 마음에도 진정한 봄이 왔을까?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노인자살률(10만명당 80명) 및 노후빈곤률(49.3%)이 가장 높다.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가족 상호간의 끈끈한 연결고리는 끊어졌다. 부모 봉양과 자식 부양의 이중 부담으로 정작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실버세대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의 어르신은 자식으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최초의 세대다. 3명 중 1명이 경제활동에 참가하니, 선진국 평균보다 3배가량 높은 편이다.

100세 시대가 왔다.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노후준비를 하지 못한 어르신이 주위에 너무 많다. 1988년부터 시행한 국민연금에 가입하신 어르신의 노후생활은 그나마 다소 나은 편이다. 현재 344만명이 매월 25일에 국민연금을 받고 계신다. 2014년에 지급할 연금액은 14조원을 넘는다. 20년 가입하면 평균적으로 85만원을 수령하신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어떤 어르신은 월 166만원을 꼬박꼬박 받고 계신다. 19만쌍은 부부가 함께 국민연금을 받으니 생활이 여유롭다. 합산 연금액이 243만원인 부부도 있다.

갈수록 길어지는 노후생활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서 축복일수도 있고, 재앙일 수도 있다. 오죽하면 오래 사는 장수(longevity)가 가장 중요한 리스크(Risk)라고 얘기할까? 우리가 희망하는 노후생활의 모습은 무엇일까? 경제적 어려움이 없고, 다양하게 취미생활을 즐기며, 친구 또는 이웃과 다정하게 어울리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젊었을 때부터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러한 시대 흐름을 반영하여 국민연금공단은 공공부문 최초로 2008년부터 노후설계서비스(CSA)를 시행하고 있다. 반응도 아주 뜨겁다. 노후설계에 대한 전문 자격증을 가진 직원이 건강, 재무, 취미, 대인관계에 관해 220만명에게 무료상담을 했다. 전문지식과 숙련된 강의 스킬을 보유한 75명의 강사는 140만명에게 노후준비에 필요한 생생한 지식을 전달했다.

앞으로는 아카데미 형식의 맞춤형 강좌를 확대할 계획이다.

훈풍이 살 갓을 스치고 해살이 포근한 봄은 희망찬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봄에 어울리는 꽃은 '프리지어'다. 매년 찾아오는 봄이지만, 올 해 봄은 유달리 반갑다. 젊어서 노후를 준비하는 안목과 지혜를 가진 젊은이에게 프리지어를 한 다발 선물하고 싶다. 100세 시대를 차근차근 준비하는 그의 새로운 시작을 열렬하게 응원한다. 그리고 은퇴 후 30년 동안 안녕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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