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 얻은 재산 사회로 환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미국의 기업·부자를 본받아야

정숙영 작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고귀하게 태어난 사람은 고귀하게 행동해야 하며 부자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환경을 개선할 의무가 있다는 것으로 초기 로마와 고대 그리스 시대에 귀족들이 솔선하여 전쟁터에 나가고 기부행위를 명예롭게 여겨 실천한 것에 기인한다.

지금도 로마의 옛 건물이나 도로의 명문 속에는 헌납자의 이름이 남아 있다고 한다.

고유한 역사적 전통에서 성장한 서구의 기부문화는 무엇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정신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부는 신에 의해 잠시 맡겨진 것이라는 기독교적 사고의 틀이 기부문화를 활성화 시켰고 선진국일수록 다양한 기부조직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를 통해 부의 재분배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백년전쟁 중에 1347년 칼레를 함락한 영국의 에드워드 3세는 칼레 시민을 살려주는 대가로 6명의 희생자를 요구했고 누가 희생자로 나설 것인가 눈치를 보고 있을 때 칼레 최고 갑부 '외스타슈 드 생피에르'가 일어섰고 뒤이어 시장, 법률가 등 귀족들이 뒤를 이었으며 엄숙하고 숙연한 순간에 그들은 칼레 시민을 위해 목숨까지도 내놓았다.

사형을 기다리는 6명의 시민대표는 결국 출산을 앞둔 영국 왕비의 간청으로 사형을 면했지만 그들의 용기 있는 행동은 칼레 시민의 정신이자 생명이며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실현이었다.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인 빌게이츠와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이 만든 더 기빙 플레자를 통해 '미국 내 세계적'부자 57명이 자신의 절반 이상을 기부키로 해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빌게이츠 회장은 '많은 재산을 갖게 된 것에 깊이 감사하고 있지만, 그만큼 재산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책임감도 크다'며 사회로 부터 얻은 재산을 다시금 사회로 돌려 주는 것이 기부운동에 참여한 이유라고 한다.

빌 게이츠는 이미 50조원이 넘는 재산 중 자녀에게는 천만 달러만 물려주고 나머지는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했고, 버핏 회장 역시 2006년에 460억 달러에 이르는 재산 중 99%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엄청난 기부모임에 최연소 억만장자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주커버그가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기부한다고 서약했다.

이제 26살인 억만장자로 최소 재산은 69억 달러로 추산되는 주커버그는 이날, "사람들은 기부를 하기 위해 나이가 들 때까지 기다리지만,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왜 그때까지 기다려야 하느냐"고 했다.

우리 민족에게도 그런 정신적 기개가 있었고 경주 최부자, 구례 운조루의 유이주(柳爾胄), 김제 장화리의 정준섭(鄭俊燮) 등과 같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경우를 볼 수 있다.

매년 미국의 기부 총액은 개인 기부가 75% 정도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기업 기부가 70%에 이르는데 상대적으로 다른 기부문화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이유가 궁색할 지경이다.

미국의 부자나 기업이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이유가 바로 기부에 있다.

기부는 남을 위해서 베풀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이며, 무조건적인 나눔의 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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