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포항 1세대 화가들 이야기 (4) - 경주시 사정동 국당 마을 태생, 日 교장선생 권유로 미술 시작, 자연·신라전통에서 영감 얻어

이종기 포항시립미술관 도슨트

박봉수 작가는 10세 때인 경주공립보통학교에 입학(1925)한 후, 그의 재능을 알아챈 일본인 교장선생(오사카 긴따로)의 권유로 미술을 시작했다. 이 교장은 일본 문부성에서 파견된 관리로 경주고적보존회와 초기 경주박물관에서 일을 하며, 신라유적발굴과 역사체계화에 노력한 사람인데, 박 작가의 화풍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의 주선으로 15세 때 일본 유학길에 올라 '고다마기보 사숙'에 들어가 미술공부를 하게 된다.

그는 경주시 사정동 국당(菊堂)마을에서 태어나(1916). 일찍 어머니를 여윈 탓에 위안삼아 무엇이든 그렸고, 그래서 그림에 대한 집착력이 강했다. 그는 일생동안 고향의 자연과 신라전통을 작품영감의 원천으로 삼았고, 특히 돌부처에 매료돼 3년간 금강산의 사찰, 승방을 다니며 불교교리와 불상, 탱화등 불교미술에 대한 지식을 터득했다.

특히 1950~60년대 경주예술학교교수와 중학교 미술 교사로 재직하며, 경주사찰과 고적을 답사하고 불상탁본 작업을 통해 미술소재를 찾곤 했다. 평소 지인들에게 그는 '경주의 수많은 돌부처를 보고 다니면서, 그 불상 앞에서 소원을 빌었던 옛 신라인들과 나눈 대화를 그린다'고 했다.

그는 일생동안 아호를 세 번이나 바꿨다고 전한다. 처음 '국당'은 그가 태어난 마을에 대한 애착으로 지은 것이며, 두 번째 '서봉'은 금관에 매료돼, 세 번째인 '지홍'은 불국사의 지효스님의 권유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모두 그의 예술고향이며, 태생 고향인 경주를 사랑했던 까닭이라고 생각된다.

그는 미술인생 황금기 중, 자주 여러 나라 미술계를 돌아보며 미술여행과 개인전을 가진 특이한 사람이다. 중국, 동남아 연수여행(1941), 서독 체류와 유럽각국 미술계순방(1974) 프랑스유학과 아프리카여행(1975), 유럽 및 미국각처 미술여행(1981-82)을 하며 한국전통그림을 외국에 소개했고, 동양미술과 서양미술의 접목화에 노력했다. 이런 외국순방 기행문을 매일신문(1975)에 연재해, 선진 여러 나라 미술풍물을 소개한 바도 있다.

지난 2011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그의 20주기 추모 특별전(11. 15~12.4)이 열렸다. 고향의 전통, 자연, 풍물을 사랑하고, 이들을 열심히 그려 경주를 알려준 그를 기리며, 답례로 베푼 자리였다고 볼 수 있다. '청태반가사유상'등 30여점의 유작을 전시하였는데 많은 지역민과 미술애호가들이 다녀갔다.

현재 포항시립미술관에 전시 중인 작품 6점에는 서예적 수묵화로 시골집 앞에서 가을타작 풍경을 그린 '추수'가 있고, 손가락으로 얼굴을 고이고 사색하고 있는 눈 덮인 불상의 모습을 그린 '풍설기 천년'과 '과거, 현재, 미래'가 있으며, 아프리카 여행 시 그렸다는 역동적이며 장쾌한 '소떼'가 있다.

이와는 달리 원앙새를 중심으로 은은한 색상의 '신혼'과 새들이 노니는 모습을 담은 '군조'가 전시돼 있다. 그는 일본수채화전(1933)에서 입선, 그리고 조선미전(1939)에 이어 연달아 2회 입선한 바 있으며,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많은 개인전을 통해 한국의 토속적인 아름다움을 알렸던 관계로, 불교미술과 신라정신이 함유된 작품이 많은 데, '열반과 나한', '처용무', '십이지상'등이 그것이다. 또한 동양화풍의 서예적인 필선으로 생동감 넘치는 '산돼지', '잉어', '투우' 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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