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환경안전원이 2012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학내 실험실 1천181곳의 안전실태를 점검한 결과 안전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시작 전 매일 한차례 기계, 기구, 전기, 약품, 병원체의 보관 상태와 보호장비의 관리 상태를 점검하도록 관련 법률에 명시돼 있으나 554곳(46.9%)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전년도 점검에서도 전체 점검대상 1천82곳 중 408곳(37.7%)이 일일점검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전혀 개선이 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36개(3%) 실험실에서는 음식물을 먹거나 흡연을 하는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조차 지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화재에 대한 대비가 부실했다. 204개(17.2%) 실험실에서는 규격에 맞지 않거나 과부하 차단 기능이 없는 콘센트를 사용하고 있었다. 82개(6.9%) 실험실은 화재가 발생해도 신속한 대피가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고, 114개(9.6%) 실험실에서는 소화기가 갖추어지지 않았다. 소화기가 있더라도 41개 실험실에서는 연구자가 그 위치를 알지 못했고, 11개 실험실에서는 소화기 사용법을 몰랐다. 고압가스를 사용하는 546개 실험실 중 168곳(30.7%)에서는 가스누출 검사를 하지 않았다. 실험 시 개인보호장비를 갖춰야 할 실험실 772곳 중 93곳(16%)에서는 연구자들이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았고, 심지어 반바지나 슬리퍼 차림으로 실험하는 곳도 165곳(13.9%)이나 됐다.

실험실에서는 각종 화학물질과 전기, 가스 등을 사용하므로 화재 및 폭발사고의 우려가 있고, 동물실험을 하므로 연구자들이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 문제는 실험실 사고의 상당 부분이 연구자들의 사소한 부주의, 안전수칙 미준수 등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일하게 서울대가 2006년부터 매년 실험실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해 안전백서를 발간하는 정도다. 학교 차원에서 유해물 안전관리 매뉴얼을 마련하고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정기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찾아내야 한다. 교육부나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 차원에서도 실험실에서 안전관리가 정착되도록 지도하고, 안전교육을 하지 않거나 관리에 소홀한 기관에 대해서는 처벌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