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대출 꺼려, 대기업은 8.6%→24.8%↑

은행들의 전체 기업 대출 가운데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은행들이 기업에 빌려준 금액은 잔액 기준 646조4천억원이며 이중 중소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5.2%(485조9천억원), 대기업은 24.8%(160조5천억원)다.

전체 기업 대출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년 전만 해도 90%대에 달했다.

2006년 91.4%(290조2천억원)를 차지한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9년에 84.3%로 줄었고, 이후 2010년 82.0%, 2011년 78.2%, 2012년 75.1%, 2013년 75.2% 등으로 감소 추세다.

반면, 2006년 8.6%(27조3천억원)에 불과했던 대기업 대출 비중은 2009년 15.7%, 2010년 18.0%, 2011년 21.8%, 2012년 24.9%, 2013년 24.8% 등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방법 중 은행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8.8%(474조2천억원)에 달한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한 직접 대출은 5조6천억원이고 주식·회사채, 벤처투자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은 9천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그만큼 중소기업의 은행 의존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이 이 정도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도 정부의 신용보증 확대 정책 때문으로 보인다.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정부 산하 보증기관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시장이 얼어붙자 보증 규모를 대폭 늘렸다.

중소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중 신용보증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11.6%(49조원) 수준이었지만, 2009년 15.3%(67조5천억원), 2010년 15.8%(69조4천억원), 2011년 15.2%(69조원), 2012년 15.4%(70조5천억원), 2013년 6월말 15.7%(74조4천억원) 등으로 매년 15%대를 유지하고 있다.

김광희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기피를 정부가 공적 신용보증으로 메우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비중을 축소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 건전성 기준이 강화되면서 대기업보다 신용위험이 높은 중소기업 대출을 주저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은행 측은 금융위기 이후 부실이 발생한 조선·건설·해운 업종의 중소기업에 대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축소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여신 담당 부행장은 "주요 은행이 금융위기 이전에 5조∼6조원씩 갖고 있던 중소기업 PF 대출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자금 수요를 신용보증으로 보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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