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 태일 편집위원

포스코 역사관에 들어서면 푸른 알이 전시되어 있다. '알'은 강에서 채취하는 사철을 말한다. 이런 사철이야 말로 고대제철의 원자재였고 나라를 세운 원동력이었다. 쇠를 가진 자가 권력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고대국가의 시조들이 한 결 같이 알에서 태어났다는 건국신화들도 이런 시대적인 정황을 반증하는 것이다.

신라시조 박혁거세도 제철 왕이었다. 그는 알에서 태어났고 알 모양이 박을 닮았다 하여 성이 박(朴)이 되었다. 박혁거세의 '거'는 무쇠를 거른다는 뜻이고 세는 쇠의 옛말이다. 사철은 주로 강모래에서 건졌고 작은 알갱이 같이 생겼다 하여 옛사람들은 '알'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이영희 교수의 저서인 '무쇠를 가진 자, 권력을 잡다'에서 밝힌 사실들이다. 이 교수는 신라 서라벌이 세계 4대 도시에 꼽힐 만큼 큰 도시였다고 주장한다. 그 번영의 바탕에는 당시의 최첨단기술인 무쇠제조 기술이었다. 농업, 생활, 예술, 전쟁에 이르기까지 무쇠의 등장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을 만큼 획기적이었다.

신라시대의 알이 국부의 원천이었다면 현대사회의 철강도 산업의 쌀로 일컬어지며 선진국으로 가는 관건이다.

동해에 떠오르는 붉은 해와 포스코의 쇳물은 포항의 이미지가 '불의 도시'임을 말해준다. '연오랑과 세오녀'의 설화 주제도 빛나는 해였다. 박태준씨를 소재로 한 드라마 '불꽃 속으로'도 우여곡절 끝에 방영될 예정이라 하니 또 다른 불의 이야기로 꽃을 피울 것이다.

배우 최수종이 종합편성채널 TV조선 드라마 '불꽃 속으로'의 주인공 박태형 역으로 캐스팅됐다. 그는 어떤 전문가도 불가능하다는 불모지에서 종합제철소를 건설하고 성공적으로 꾸려가는 인물이다.

손태영은 여주인공 쿠미코 역을 맡게 됐고 박정희 대통령 역할은 독고영재가 맡아 강단 있는 특유의 캐릭터를 소화할 것이다.

지난 3월 11일 TV조선은 경북 포항 도음산 산림문화수련장 내 마련된 구 청와대 오픈 세트에서 촬영 기념식을 가져 최수종, 손태영 등 주요 출연진이 참석했다. 이 드라마는 4월 19일 방송될 예정이다.

기술도 자원도 없는 모래땅에서 세계최고의 제철소를 세우겠다는 그의 집념은 어떤 난관에도 굴하지 않았다. 두드리면 더욱 강해지는 쇠처럼 기적을 창출했다. 특히 외국차관(KISA)국가들이 투자금환수를 우려하여 모두 손을 들었을 때도 대일청구권자금으로 절대위기를 돌파했다.

그는 한국의 MIT라는 포항공대를 설립하며 결코 쉽지 않는 제철소건설과 직원 자녀 교육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 '사람이 역사를 창조한다'는 그의 철학도 세계매스컴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이제 포스코도 화려하던 태양이 서산으로 기울고 있다. 주식도 반 토막이 났고 정치적 영향력에 휘둘리면서 초창기의 쇳물 같은 열화도 많이 식었다. 박태준 명예회장의 어록 중에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말을 되새기게 한다. 쇠는 녹 쓸기 마련이다.

4월 1일은 포스코 창립 46주년이다. 드라마 '불꽃 속으로'가 관련CEO들에게 많은 영감과 재창조의 모티브가 되기를 바란다.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경영철학과 건곤일척의 '우향우'정신은 탁월한 박태준의 유산이다. 권오준 신임회장의 어깨가 무거운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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