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강둑을 서성이던 바람이

창틈으로 비집고 들어와

내 눈 속으로 파고든다

 

나는 밝아오는 모든

기억들을 해체시키고

한 사랑의 꽃나무를 위해

오랜 등불을 켠다  

 

 

그러나 빛의 끝에서도

너는 보이지 않는다

다시 빈 몸 드러내는

나의 아침은,

네가 없으므로 언제나

어둠속에서 열린다

<감상> 공허한 삶이란 누구한테나 있을 법한 일, 어둠과 밝음이 교차되는 중심에서 한 사랑의 꽃나무에 꽃을 피우고자 하는 꺼지지 않는 불씨같은 단심(丹心)을 엿볼 수 있다. '네'가 없는 '나'는 무료한 삶인 것이다. (서지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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