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가르치고 학생은 외우는 전통적인 교실에서 벗어나 창의력으로 무장한 인재 키워야

박훈탁 위덕대학교 교수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창의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면, 이스라엘이 창조경제의 역할모델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의 모 연구위원은 이스라엘이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창업, 벤처 역량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전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이스라엘의 벤처 투자 규모가 2011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이 0.91%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이스라엘의 1인당 벤처투자액이 무려 미국의 2.6배, 유럽의 30배, 중국의 80배라는 놀라운 수치에 입을 다물 수 없다.

전문가들은 '후츠파(chutzhah)'가 이스라엘의 창조경제를 떠받친다고 입을 모은다.

후츠파는 '주제넘고, 뻔뻔스럽고, 놀랄만한 용기나 오만'을 뜻한다. 학교, 직장 그리고 심지어 군대에서도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후츠파를 들이댄다.

후츠파로 무장한 이스라엘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데, 실패를 해도 재기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어 지속적으로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교육과정은 후츠파를 자연스럽게 육성한다. 학교에 가면 매일 수도 없이 교사로부터 "마따호세프?" 즉,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는 질문을 받는다.

가정에 돌아가면 부모가 "오늘은 학교에서 무슨 질문을 했느냐?"고 묻는다.

이렇게 학교와 가정의 교육과정이 자연스럽게 후츠파를 양성한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과정은 '하브루타(havruta)'라는 이스라엘의 전통적 교육방법에서 유래한다.

하브루타는 짝 또는 친구라는 뜻인데, 두 사람이 짝을 지어 함께 탈무드를 읽고 대화하면서 강력한(compelling) 해석을 창출한다. 하브루타는 수천 년을 내려온 이스라엘의 전통적 교육방법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몇몇 대학에서 하브루타 교육방법을 도입하여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교육성과를 얻어 논문으로 그 결과를 보고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3년 미국의 최고 명문 유대계 브랜다이스대학교(Brandeis University)의 만델유대교육연구소(Mandel Center for Studies in Jewish Education)에서 하브루타 교육방법을 체계화하여 단행본으로 내놓았다.

이것은 10년에 걸친 실험연구의 결과물이고 두 개의 국면으로 구성되었는데, 탈무드 해석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종류의 텍스트 연구에 적용할 수 있다.

브랜다이스대의 하브루타는 텍스트의 강력한 해석이 학습자와 텍스트 그리고 학습자들의 올바른 '관계'에서 발생한다는 '철학적 해석학(philosophical hermeneutics)'에 기초를 둔다.

첫 번째 국면에서는 학습자들이 텍스트에게 개방적(open) 질문을 던지고, 텍스트를 경청하고 텍스트와 대화한다.

이렇게 '텍스트가 말하게 해서' 끌어낸 텍스트 해석을 학습자들이 지지하고 도전하면서 강력한 해석으로 다듬어간다.

두 번째 국면에서는 학습자들이 자신의 텍스트 해석과 텍스트 생각의 상이함을 발견함으로써 자신의 부적절한 선입견을 찾아 바로잡는 자기-이해와 변형적 학습으로 올바른 인성을 형성한다.

하브루타가 창조경제의 필요조건이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학생은 외우는 전통적 교실에서는 창조경제가 요구하는 창의력과 올바른 인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언론과 관련 학계에서 하브루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어 다행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