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까지 연장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오리지널 내한공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오리지널 공연을 아직까지 보지 못한 이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대구 공연 일정이 오는 5월 4일까지 연장됐기 때문이다.

이 공연은 지난 2월 27일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뒤 지금까지 2차례나 일정을 연장한 바 있다.

파워엔터테인먼트㈜는 "5월 4일까지 이뤄지는 공연에 대한 3차 티켓 박스를 오픈했다"며 "매진에 가까운 티켓점유율을 반영해 연장공연을 하지만 더 이상 연장은 없다"고 밝혔다.

'오페라의 유령'은 19세기 파리 오페라 하우스에서 발생한 납치 사건과 남녀의 삼각 관계를 그린 뮤지컬로 프랑스 소설가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천부적 재능을 지녔지만 흉측한 얼굴로 숨어 사는 오페라의 유령(팬텀), 그의 사랑을 받는 가수 크리스틴, 그녀의 어릴 적 친구이자 연인 라울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작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를 지난 29일 공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대작'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화려한 무대 장치, 배우들의 열연, 웅장한 음악 등이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경매가 한 창 열리고 있는 낡은 파리 오페라 하우스. 오페라극장에 남은 물건들이 하나둘 경매에 나오면서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기억 속으로 다가간다.

경매물품 번호 666번이 붙은 거대한 샹들리에가 등장한 순간, 웅장한 서곡이 흐르면서 무대는 1911년 오페라극장의 전성기로 옮겨 간다.

배우들은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가면무도회(Masquerade)', '바람은 그것뿐(All I Ask of You)', '밤의 노래(The Music of the Night)' 등 귓가를 맴도는 뮤지컬 넘버로 뛰어난 가창력과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다.

2010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홍보대사를 맡기도 했던 브래드 리틀은 역대 배우들 중 '최고의 팬텀'으로 평가 받을 만한 연기력을 자랑한다.

사랑에 빠진 남자의 감미롭고 부드러운 모습부터 광끼어린 폭발적 연기까지 '천의 얼굴'을 가진 신들린 연기를 보여줬다. 또 바닥에서 천장까지 위태롭게 걸터앉아 가창력을 뽐냈다. 성량뿐 아니라 손가락 하나하나 움직임까지 위압적이면서도 우아했다.

크리스틴 역의 클레어 라이언도 깊은 인상으로 존재감을 알렸다. 수준급 발레 실력을 비롯해 울림 있는 가사 처리로 연기력을 뿜어냈다.

안토니 다우닝은 브래드 리틀과 클레어 라이언에 비해 존재감이 다소 떨어지지만, 한 여자를 지키려는 귀족 청년 라울을 매력적으로 소화해냈다.

고전미가 물씬 풍기는 웅장한 무대 세트는 신비롭고 환상적이다. 중간 중간에 나오는 오페라 장면은 유쾌했다.

촛불 사이로 팬텀과 크리스틴이 탄 나룻배가 유유히 흘러가는 장면(1막)은 지하 미궁의 몽환적인 느낌과 함께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2막의 시작인 형형색색 '가면무도회' 장면은 자칫 무겁게만 흐를 수 있는 극의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거대한 샹들리에가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거나 팬텀의 분노로 관객들 눈앞에서 떨어지는 순간은 아날로그적 공포감마저 불러일으켰다.

이 내한공연은 '오페라의 유령' 탄생 25주년을 기념해 펼치는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대구는 아시아 투어의 마지막 장소다. 대구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원어로 선보이기는 처음. 한국 관객을 위해 대사 중 '부다페스트' 대신 '동성로'이라고 말하는 등 소소한 '팬 서비스'도 선보인다.

단지, '오페라의 유령'을 처음 보는 관객이나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이라면 무대와 자막에 눈을 옮겨가며 감상해야 하는 불편함은 감수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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