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빛이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늘에서 빛으로 나가려는 의지가 삶을 지탱하는 힘이다." 빛과 그림자의 철학으로 반세기 동안 건축과 '싸워 온' 안도 다다오의 건축 철학이다. '싸워 왔다'는 것은 그가 일본의 뿌리 깊은 학력사회의 벽을 깨고 세계적 건축가의 반열에 올랐다는 점에서 가장 적절한 표현이다. "17살 때 복싱을 하면서 긴장감을 갖고 사는 법을 배웠는데, 그것이 평생의 자양분이 됐다. 복싱이나 건축이나 항상 긴장감을 지녀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긴장을 풀면 그 순간 무너지기 때문이다"라는 그의 말에서도 이를 재확인 할 수 있다.

일본 오사카 서민지역에서 태어나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다다오는 가정 형편이 좋지않아 대학진학 대신 프로복서가 됐다. 가난하기도 했지만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싸우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멋지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전적은 그리 신통치 않았다. 다다오는 권투 경기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어느 날 우연히 헌책방에 놓인 르 코르뷔제(스위스 건축가)의 작품집을 보고는 전율을 느겼다. 그날로 '건축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다다오는 1962년부터 8년간 일본과 유럽, 미국과 아프리카 곳곳을 누비며 무수히 많은 건축물과 공간 등을 직접 체험했다. 독학으로 건축을 마스터한 것이다. 그리고는 30㎡(약 10평)짜리 작은 주택을 짓는 일을 시작으로 '안도 다다오표 건축'의 아성을 구축하기 시작한다. 다다오는 노출 콘크리트 공법을 통해 절제와 단순미로 표상되는 일본의 미의식을 건축에 불어넣었다. 오사카의 '빛의 교회', 홋카이도의 '물의 교회', 이탈리아 베네통의 리서치센터, 미국 포트워스현대미술관 등이 그의 걸작이다. 자연과 예술이 조화를 이룬 일본의 외딴 섬 나오시마의 이우환 미술관 역시 그의 철학이 담긴 대표작이다.

안도 다다오가 대구에 짓는 '이우환과 그의 친구들 미술관'의 설계를 맡았다. 지난 28일 대구 시청에서 미술관 건립 기본 설계안을 발표했다. 다다오는 "사람이 모이고 그들의 마음에 뭔가를 남기는 것이 건축"이라던 한국 건축가 김수근이 영감을 주었다고 했다. 대구 두류공원에 지어지는 이우환 미술관이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걸작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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