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등기임원들의 연봉이 공개되면서 이들이 받은 연봉의 규모가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연봉 5억 원 이상을 받은 기업 등기임원들은 어제 사업보고서를 통해 급여, 상여금, 퇴직금, 기타 소득 등 보수 명세를 공개했다. 입법 당시 사생활 침해, 반(反)기업정서 확산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지적이 있었지만 주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책임경영을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여야 합의로 법 개정이 이뤄졌다. 일부 대기업 오너들은 연봉 공개 의무를 피하려고 등기이사직을 내놓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기왕에 제도화한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옳다고 본다.

연봉 공개는 즉각 일부 부도덕한 재벌 총수들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계열사 4곳의 등기이사로 재직하면서 301억 원의 보수를 받아 '연봉 킹'에 올랐다. 최 회장은 그러나 지난해 횡령 혐의로 구속돼 대부분의 시간을 교도소에서 보냈는데도 거액의 연봉을 챙겼다는 점에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CJ그룹의 이재현 회장,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도 최태원 회장과 비슷한 사례다. 허창수 GS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등은 적자 기업에서 거액 연봉을 챙겨 논란의 대상이 됐다. 비난 여론이 고조되자, 최 회장은 올해 연봉은 한 푼도 받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 속에 제도화된 연봉 공개 제도가 최소한 오너들에게 과도한 보상을 하는 관행에 제동을 거는 효과는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시가 총액 7억 달러 이상인 상장사는 최고경영자(CEO), 재무책임자(CFO), 최고액 연봉자 3명 등 임원 5명의 보수 현황을 등기, 비등기 구분없이 공개토록 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연봉 공개가 위화감 조성, 반기업정서 확산 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면밀히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 단순히 연봉의 절대 금액만을 강조해서 질투심을 키우기보다는 적절한 보상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사회적 토론을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부의 창출에 기여한 만큼 합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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