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자살률(2012년 기준)은 인구 10만 명당 28.1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2.5명)의 2.3배에 달한다. 그래서 '자살 공화국'이란 오명이 붙었는데도 국가적인 종합대책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자살을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 문제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실정 속에서 보건복지부가 1일 자살사망자 통계와 자살시도자에 대한 면접 조사, 심리적 부검, 유서 분석과 유족 면담 등 입체적 방법을 총동원해 실시한 자살실태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2월 발효된 자살예방법에 근거해 실시한 것으로 정부 주도로 실시한 최초의 전국 규모 자살실태 조사다. 종합적인 자살예방대책 마련의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조사 그 자체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이번 조사에서는 몇 가지 주목할만한 패턴이 드러났다. 우선 1992~2011년 건강보험 진료 자료를 활용해 자살 사망자 8천305명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두 배 이상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 번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의 자살률이 매우 높았다. 지난 2007~2011년 자살을 시도해 응급실을 찾은 8천848명을 추적조사한 결과 2012년 말 기준, 실제 자살한 사람은 236명으로 10만 명당 약 700명의 자살률을 기록했다. 이는 일반 인구 자살률 28.1명에 비해 무려 25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한 번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실제로 자살한 위험이 매우 크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

이 밖에도 나이가 많을수록, 소득과 학력이 낮을수록 자살자가 많았다. 이혼·사별한 사람의 자살률도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높았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남자, 이혼, 저학력, 저소득, 고령, 자살 시도자 등으로 우리 사회의 자살 고위험군을 압축했다.

이밖에 자살을 시도했던 남성의 50%, 여성의 40%가 자살을 시도할 당시 음주 상태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알코올 관련 법안 개정, 음주에 대한 교육 강화와 계도 등이 시급함을 의미한다.

복지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안에 범정부 차원의 자살예방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복지부는 그러나 차근차근 대책을 마련하고 집행해 극한의 어려움에 처한 사람은 누구라도 손을 내밀 수 있고, 누군가가 그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치면 세계 최고 수준인 자살률은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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