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실로 수많은 종류가 있어서 무엇부터 정의를 내려야만 좋을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사랑'이라는 명칭은 대담하게도 며칠밖에 계속되지 않는 변덕에 대해서도 쓰이고 있다. 애착 없는 친밀성, 판단 없는 감상(感傷), 탕아의 교태, 냉담한 습관이나 낭만적 공상, 또는 곧바로 싫증이 나는 어떠한 미각까지도 '사랑'이라 불린다. 사람들은 수많은 공상까지도 사랑이라고 부른다." 볼테르의 철학사전에 나오는 모호한 사랑에 대한 언설이다. 이는 수시로 상대에 따라 변하는 변덕스런 사랑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지만 '사랑'의 뜻을 정의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국립국어원이 '사랑'의 뜻에 대해 2012년 11월 포괄적 의미로 뜻풀이를 수정했다. 유행가 가사에서는 '사랑이 눈물의 씨앗'이라 정의했지만 국립국어원은 사랑의 뜻을 '어떤 대상의 매력에 끌려서 열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수정한 단어의 뜻풀이가 사랑의 본질적이고 전형적인 뜻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사랑과 관련한 단어들의 뜻풀이를 언어학적이고 사전학적 관점에서 다시 점검했다. 그 결과 최근 사랑의 정의를 '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런 일'로 바꿨다. 또 '연인관계의 두 사람이 서로 그리워 하고 사랑함'이었던 '연애'의 뜻도 '남녀가 서로 그리워하고 사랑함'이라고 바꿨다. '남녀관계'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국립국어원 황용주 박사는 "남녀관계를 강조했다기보다 자료들을 검토해 보았더니 사랑과 관련된 단어의 뜻풀이가 너무 포괄적이어서 의미를 엄밀하게 구분하기 어렵다"는 결론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실제적으로 많이 쓰이는 것들을 사전에 올리는 것이 타당하다는 전문가들의 뜻이 모어져서 고치게 됐다고 했다.

사랑의 사전적 의미를 바꾼 것은 사전이 단어의 정의를 미리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언중(言衆)이 가장 많이 쓰는 단어를 사전의 뜻풀이로 등재한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부 인권단체들이 '사랑'의 정의 재변경이 성소수자의 차별을 조장하고 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어의 정의가 차별적인 가치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사랑하기 좋은 꽃 피는 봄날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주는 논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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