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자 말 한마디에 계획 없던 나무 식재, 인근 도로사정·시민 안전통행 고려 없어 논란

1일 오후 2시께 포항 만인당 뒷편 형산강 둑길을 연장해 조성된 가로수길에 흙으로 덮였던 콘크리트 경계석이 드러나있다.

포항 만인당 뒤편 형산강 둑길을 연장해 만든 가로수길이 계획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일대 도로, 시민들의 통행 안전시설, 관리 등 주변 모든 것들이 엉망이 됐다는 지적이다.

2일 포항시에 따르면 건설과는 지난 2012년 만인당~해도근린공원 형산강변정비공사 등을 진뒤했다.

이 과정에서 둑길 500여m를 따라 약 1m를 도로쪽으로 공간을 내고 콘크리트 경계석을 만든 뒤 빈 곳을 흙으로 채웠다.

하지만 이 자리는 아무런 계획 없이 수 개월간 흙만 덮인 채 방치됐다.

특히 시는 이곳에 기존 둑과 도로 사이 60여㎝ 높이의 콘크리트 경계석을 제거하지 않은 채 흙을 그대로 성토했다.

마치 경사면이 둑길에서부터 흙이 새로 조성된 녹지대까지 이어지는 것처럼 눈속임으로 만들었다는 것.

이곳에 나무가 식재된 이유는 더욱 가관이다. 우연히 이곳을 지나던 시 고위공직자가 이 모습을 보고 '나무라도 심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공원관리사업소는 자리에 메타세쿼이아 69그루를 심었다.

결국 이 가로수길은 아무런 계획이 없다가 상급자의 지시에 부랴부랴 만들어진 셈이다.

이렇게 조성된 가로수길이 시민들의 안전을 고려했을지 만무하다.

이곳에는 시민들이 둑길에서 도로로 나올때 이용하는 계단만 있을 뿐, 횡단보도 등 안전장치는 전혀 없다.

관리 역시 엉망이다. 도로와 녹지대 경계 부분에는 나무 주변에 쌓인 흙이 도로로 흘러나온 곳도 확인됐다.

여기에는 성인남성 주먹보다 큰 돌들이 섞여 있어, 교통사고 위험이 도사렸다.

심지어 이곳은 둑부터 도로까지 관리주체가 제각각인 상황. 둑은 재난안전과, 계단이 끝나는 부분은 도로과, 나무에 대한 것은 공원관리사업소 등 관리책임에 대한 부서를 찾기도 매우 까다롭다.

이에 대해 시 공원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이 자리에 녹지대가 조성된다는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며 "건설과에서 모든 공사를 진행, 녹지대 공간을 만들었지만 우리와 논의된 것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무를 제외한 관리 부분에 대해서는 도로, 건설, 재난 등 각 부서와 따로 얘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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