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북한엔 시장화 진행, 시장은 체제 변화도 요구, 시스템 개혁 여부등 주목

문장순 중원대학교 교수

통일대박은 북한의 변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과연 북한이 변화할까. 그 해답은 시장이다. 사회주의체제에서 시장형성은 매우 제약적이다. 북한은 체제 초기에 시장을 폐쇄하면서 농산물을 거래하는 농촌시장만을 허용했다. 대외거래에서도 사회주의국가 간 거래방식인 우호가격이나 구상무역 방식으로 진행해 국제교역도 활발하지 못했다.

북한 시장의 싹은 경제적 위기가 등장하면서 나타났다. 1980년대 이후 농민시장이 상설화, 10일장, 7일장으로 반복되다가 1990년대 이르면서 매일장으로 바뀌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공식적인 시장과는 달리 비공식적인 시장인 장마당이 형성되었다. 북한 내부에 아래로부터의 자생적 시장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제적 위기가 가중되면서 시장형성을 위한 환경은 더욱 진전되어 갔다. 2003년에는 공식적으로 시장을 인정하는 조치까지 취했다. 종합시장이 그것이다. 공식적인 시장 도입은 기존의 사회주의 경제시스템의 개혁이다. 그래서 현재 북한은 시장과 계획이 공존하는 정책을 보이고 있다.

시장은 본질적으로 자율성의 보장이 중요하다. 수요와 공급이 시장논리에 의해 움직여야 그 본래의 기능을 발휘된다. 유럽 절대왕정 시대에 시민계급의 등장은 시장의 형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절대왕정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상업을 장려했다. 그로인해 상업의 담당자인 시민이 성장해갔다. 그러나 시민계급은 시장에 참여하면서 자율성이 필요함을 깨달았고, 그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치적 의사결정기구에 진출을 시도했다. 그 방법이 시민혁명이다. 시장 활동을 하는데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을 요구한 것뿐이다. 그러나 시장 활동 속에는 자유와 민주주의가 함께 잠복하고 있었다. 그것이 시장의 본질이다.

이미 북한에서는 시장화는 진행되고 있다. 그것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자유·경쟁 등의 자본주의적 속성이 주민들에게 나타나고 있다. 당국이 제공했던 식의주를 주민들이 시장을 통해 해결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주민들이 시장을 의식적으로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노력 가운데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있다.

시장화의 진행은 사회부문에 적지 않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개인주의적 성향이 엿보이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개인적 성향 즉, 옷·머리모양·의식 등에서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보인다. 과거에 비해 주민들의 이동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북한 당국이 집단주의를 사회주의적 생활방식임이라고 강조했던 것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변화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동시에 시장화는 북한체제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시장에 익숙한 주민들과 북한 당국이 대립하고 있다.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종합시장 허용은 시장의 전진에 대한 북한 당국의 대응이다. 보다 진전된 시장을 요구하는 주민과 최소한의 허용을 통해 통제사회를 유지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은 오히려 주민과 갈등과 대립으로 몰아가고 있다. 시장참여자 제한, 화폐개혁, 외화사용금지, 종합시장 금지, 시장제한조치 해제, 6·28 방침 등의 정책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처럼 시장은 북한 체제의 변화를 진행하고 있다. 시장은 정치체제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것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 있게 지켜볼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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