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까지 '하정웅컬렉션특선전'·'안녕 재료들'展, 회화·입체 등 작품 가득…창의·상상력 자극 체험 공간 마련 손님맞이

전화황作 '전쟁의 낙오자'.

봄을 맞아 포항시립미술관이 새 옷을 입었다.

'하정웅컬렉션특선전 기도의 미술'과 '안녕 재료들(Hello Materials)'이 3일 문을 열고 관객맞이에 나섰다. 이 전시는 6월 29일까지 이어진다.

□ 하정웅컬렉션특선전 기도의 미술 '디아스포라의 시선'

재일 한국인 하정웅의 기증활동을 조명하는 '하정웅컬렉션특선전 기도의 미술'展은 전국 8개 시·도립 미술관이 참여하는 네트워크 프로젝트다. 이 전시에 참여한 미술관들은 하정웅컬렉션을 기본으로, 각기 다른 주제의 기획력을 보여주고 있다.

작자미상 '학의 춤'.

서울·광주·부산에 이어 네 번째로 문을 연 포항 전시는 '디아스포라의 시선'이라는 타이틀로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각각의 전시실에는 이우환의 단색화, 재일작가 전화황의 회화 작품, 전설적인 무용가 최승희의 사진 등 53점이 1층 전관을 가득 채웠다.

첫 번째 섹션은 '후원자로서의 하정웅'에 초점을 맞췄다. 전시실 가득 이우환의 대표작품들이 걸렸다. 하정웅과 이우환의 인연은 1980년 일본의 미술잡지 '미즈에(みずゑ)'의 실린 이우환 특집기사에서 시작됐다. 한 민족으로서 자랑스러움을 느낀 하정웅이 잡지 500부를 모두 사들여 일본 미술관과 갤러리에 보낸 것. 이 후 이우환의 파리 전시 경비를 지원하면서 본격적으로 이우환의 작품수집이 시작됐다.

일본, 한국, 유럽 등을 왕래하며 스스로 '영원한 떠돌이', '중간자'라고 말하는 이우환과 일본 내 타자(재일 한국인)로서 하정웅의 정체성이 연결된 것이다.

박소영 큐레이터는 "'자아를 가능한 줄이고' 외부 혹은 타자와의 끊임없는 만남을 시도하는 이우환의 작품은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관심과 그들의 고통을 공감하는 하정웅의 인생철학 내지는 컬렉션 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포항 전시에는 '선으로부터(From Line)'를 비롯한 작업의 '변화'와 '관계', '무한'을 개념으로 한 대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두 번째 섹션은 '하정웅의 개인적 취향'에 주목한다. 재일 한국인으로서의 역경과 고난을 겪은 하정웅은 "기도의 정감이 배여 있는 전화황의 작품을 통해 어머니의 존재와 같은 다정함을 느꼈다"고 한다.

전화황의 작품은 일본 내 한국인으로의 고뇌와 기도의 상념을 깊은 신앙적 작업으로 구현시켰다.

미술작품이 지닌 인간을 위로하고 구제할 힘에 대한 체험은 하정웅 컬렉션 철학의 근원이 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하정웅의 첫 번째 수집 작품인 '미륵보살' 시리즈를 포함해 전화황의 수작 9점을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 섹션에서는 '역사적 자료의 가치에 대한 하정웅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월북예술가라는 이념적인 이유로 정당한 평가와 조명을 받지 못했던 전설적인 무희, 최승희의 사진들이다.

하정웅은 최승희의 사진 외에도 공연포스터, 리플릿, 관련 서적과 비디오 영상물 등을 대거 수집함으로써 역사의 뒤편에 묻혀 있던 최승희의 존재를 재조명하는데 이바지했다.

전시실에는 10대부터 40대 최승희의 일상적인 모습을 담은 사진과 공연 장면, 연습 장면 등을 보여준다. 당시의 역사적 상황, 이념적 대립 구도의 희생이 된 예술가의 모습이다.

박 큐레이터는 "최승희의 사진들은 재일 한국인 2세로서 한일 관계와 남북 관계라는 특수한 시대적, 역사적 배경에서 자란 하정웅의 삶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하정웅은 50년간 수집한 1만여 점의 작품을 1993년부터 지속적으로 국내 미술관과 박물관에 기증해왔다. 이번 '디아스포라의 시선'전을 통해 사회적 환원 형태의 기증 정신과 나눔이 피운 '예술꽃'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 안녕 재료들(Hello Materials)

포항시립미술관 2층 2전시실으로 발길을 옮기면 싱그럽고 창의적인 작품이 가득하다. '안녕 재료들 (Hello Materials)'展으로 현대미술가 10여명의 평면, 입체, 설치 작품 23점이 걸렸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에는 컴퓨터의 키보드 문자키가 상큼한 사과나 호박으로 탈바꿈했고, 전시실 곳곳 고무장갑 장미꽃을 비롯해 빨대 산세베리아 등으로 가득하다.

처음 관람객들은 현대미술작품이 무엇으로 만들었는지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예상치 못한 재료에 '아하' 하고 탄성을 자아낼 만큼 기발하고 독창적인 재료들로 만들어진 아름답고 신기한 작품들이다.

일상 사물들이 작가의 상상력과 창의력 발휘로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확인 할 수 있다. 빨대를 이용해 화려한 작품을 구연한 정찬부 작가는 무수히 사용되고 버려지는 빨대를 이용해 현대 사회 무수한 생산물의 소비와 폐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손을 보면 한 사람의 인생이 보인다'는 서할 작가는 손으로 화려한 꽃이나 공작새 등을 만들었다. 사람들과 만나 손을 캐스팅하는 순간의 소통과 교감을 바탕으로 작품을 조형하며, 작품에서 한 사람의 삶이 살아 숨 쉬는 감동을 전하고자 한다.

최찬미 작가는 물고기 뼈를 단아한 웨딩드레스를 만들었다. 아름다움에 대한 의문과 화두를 던진다.

유영운 작가는 잡지·전단지를 이어 붙여 거대한 손오공과 삼장법사 조각품을 만들었다. 대량 생산된 이미지와 텍스트를 가진 잡지·전단지를 이어 붙인 친근한 캐릭터 조각을 통해 삶에 한없이 침투하고 있는 거대한 매스미디어를 직시하게 한다.

또한 '안녕 재료들 체험 놀이터'도 마련됐다. '빨대로 요리조리', '라벨로 그리는 풍경화', '달콤한 각설탕 왕국', '전선으로 드로잉', '나도 몬드리안처럼!' 등 어린이들이 현대미술을 놀이처럼 즐기도록 한 재료 체험 공간이다. 체험 공간은 별도의 예약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김혜림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오브제(object) 개념의 등장 이후 넓어진 현대미술의 스펙트럼(spectrum)을 소개하는 전시"라며 어린이들에게는 호기심과 상상력을 불러일으켜 창의적인 발상을 하는데 도움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일상의 삶속에서 예술을 경험하며 사유하는 경험이 확장되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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