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중서는 한나라 무제 때 대학자로 '천인감응설(天人感應說)'로 유명하다. 어느날 한무제는 동중서에게 치세에 관해 물었다. "정치에서 명령이 아래로 시행되고 백성들을 안락하게 살도록 하려면 무엇에 주의해야 하나?" "공자는 사람이 도를 넓이는 것이지 도가 사람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군주가 할 일이란 끝까지 스스로 노력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군주는 하늘의 뜻을 받들어 정치를 행해야 하기에 덕과 교화의 힘을 빌려 다스릴뿐 결코 형벌의 힘을 빌려 다스려서는 안됩니다. 형벌의 힘만 빌려 나라를 다스릴 수 없는 것은 마치 겨울로서만 한 해를 형성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옛날의 천하도 오늘날의 천하이고 오늘날의 천하도 옛날의 천하입니다. 똑같은 천하인데 옛날에는 크게 잘 다스려져 위 아래가 화목하고 벼슬아치들도 사악한 짓을 하지 않아 백성들 사이에서도 도둑이 없어 감옥이 텅 비어 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은 무엇이 잘못됐기에 이렇게도 혼란스럽습니까. 하늘이 주는 것에는 분별이 있어 이를 준 것에는 뿔을 없애고 날개를 달아준 것에는 다리를 두 개만 주었습니다. 큰 이득을 받은 자가 작은 이득마저 가질 수 없었습니다.

옛날에는 녹봉을 받는 자는 밭을 갈아먹지 않고, 장사 같은 일에도 종사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처럼 높은 벼슬자리를 차지, 후한 녹봉을 받으면서도 도리어 한 술 더 떠서 아랫자리에 있는 백성들을 상대로 이익을 다툰다면 백성은 어쩌란 말입니까. 이렇게 백성을 억압하면 백성은 절망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하루 하루 끼니를 걱정, 삶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백성들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판에 죄짓는 것쯤이야 어찌 피하겠습니까. 녹봉을 받는 자들이 백성들과 생업을 다투는 일이 없어야 이익을 균등하게 배분할 수 있고, 집집마다 골고루 풍족하게 살 수 있습니다." 2000년 전에 동중서는 부의 불공평에 의한 생활고 자살을 경고했다.

민생 현안에 사사건건 발목잡는 우리 정치인들 동중서의 말을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세모녀 자살에 이어 모자가 생활고로 자살하는 등 최근 빈곤층 자살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데는 우리 정치인들의 죄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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