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융복합·시민 요구에 맞춰 소프트웨어적 서비스 추진해야 경북 동해안지역 발전있을 것

손민호 한국은행 포항본부장

간혹 지방자치단체들이 건립하는 호화청사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곤 한다. 호화청사의 과도한 규모와 치장에 비례하여 거액의 예산이 낭비되는 데다 완공 이후 운영비도 많이 들어, 관계 공무원들은 이러한 건물의 활용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이외에도 운영할수록 적자가 쌓인다는 경전철,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불신은 높은 편이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추진사업 중에는 눈여겨 볼 성공사례도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버스·지하철 무료 환승, 교통카드 도입, 버스 도착 예정시간 안내를 중심으로 한 서울시의 교통체계 개편을 들 수 있다. 이미 개발도상국은 물론 미국, 독일, 일본과 같은 선진국의 지방정부에서도 서울시의 교통체계 개편내용을 벤치마킹하고자 앞다퉈 몰려들고 있다.

또한 작년에는 서울시가 KT의 기지국 정보를 이용하여 시민들의 주된 이동경로를 중심으로 버스노선을 조정하여 큰 호응을 얻은 바 있고, 금년에는 각 구별 자영업의 밀집도와 폐업률 정보를 지도로 제작하여 창업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서울시의 성공사례는 경북 동해안지역의 지방자치단체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년에 한국은행 포항본부와 동국대학교가 공동으로 실시한 경주시 방문 외국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방문객들은 가장 불만이 크고 개선이 시급한 사항으로 의사소통과 교통 문제를 꼽았다. 특히, 관광지간 이동시 같은 길을 반복하여 통과하고 노선이 서로 얽혀 있어 교통체증과 시간낭비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편, 포항시의 산업인력 구조는 타지역에 비해 50대 연령층의 비중이 높은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들중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이미 은퇴가 시작되어 2010년부터 소자본 창업이 증가하고 있으며, 더욱이 내년부터는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조업 종사자의 은퇴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경주시는 국내외 관광객들의 교통 불만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관광지간 이동경로를 최적화 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고, 포항시는 은퇴자들의 무분별한 창업과 폐업률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자영업 밀집도와 폐업률 정보제공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이와 같은 행정서비스가 가능하려면 지방자치단체의 정책마인드를 종전까지의 하드웨어적인 행정서비스 추진에서 필요로 하던 요소인 3B(Building(건축), Budget(예산), Bureaucracy(관료))에서 소프트웨어적인 서비스 추진에 필요한 3C(Cooperation(협업), Convergence(융복합), Citizen(시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폐업정보 확보와 기지국 정보 이용을 위해서는 통계청 및 통신사와의 협업이 필요하고, 지도정보 교통정보와 같은 데이터간의 융복합, 기기와 데이터간 융복합 서비스가 필요하다. 물론 행정서비스의 수준과 내용은 수요자인 지역주민들의 요구와 필요에 맞추어야 한다.

최근 우리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규제개혁은 행정서비스가 3C에 입각하여 이루어지기 위한 출발점이며, 이와 관련 공공기관 종사자 개개인의 의식전환과 선공후사(先公後私) 정신의 재무장이 있기를 기대한다. 그래야만 경북 동해안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이 강하고 효율적인 스마트 지방정부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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