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물·흙·태양의 아들, 나무를 지키고 심는 일은 우리들 생명 보존하는 일

제갈 태일 편집위원

아프리카 케냐의 나이로비 의과대학 완가리란 교수는 나무사랑을 온몸으로 실천한 작은 영웅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본업인 교수자리도 팽개치고 집권당 국회의원인 남편과도 갈라서면서까지 경찰과 육탄전을 벌이면서 22년간 나무심기를 강행했다.

케냐정부가 도심의 우후루공원을 밀어버리고 60층짜리 빌딩을 세우려하자, 이 나무아줌마는 불도저 앞에 벌렁 들어 누우면서까지 저지하여 마침내 정부를 굴복시킨 여장부였다.

그녀는 교수의 명예와 재산, 권력과 남편까지 잃었지만 타임지가 선정한 "지구를 지키는 환경영웅"에 선정되었다. 케냐 사람들도 처음에는 못 말릴 데모꾼 또는 골칫덩어리로 손가락질 하다가 이제는 모두가 "까만 영웅"으로 추앙한다고 한다.

또 다른 영웅은 미국 아가씨다. 수령 2천년인 고목위에 올라가 텐트를 치고 꼬박 일 년 간 붙박여 살면서 원시림을 지킨 여장부다. 캘리포니아의 한 원시림을 소유한 목장주인이 이를 밀어버리려고 하자 이 생태계의 보물단지를 지켜야겠다는 일념으로 그녀는 나무위에 올라가 일 년간이나 버티며 내려오지 않았던 것이다. 생각다 못해 목장주인이 이 숲을 정부에 팔아버리자 클린턴 대통령은 이를 알고 역사적 사건이라며 감격했고 "후손에 물려줄 위대한 유산을 얻어낸 영웅"으로 격찬했다는 외신보도가 있었다.

경찰과 맞닥뜨려 코피 터져가며 왜가리 소리를 바락바락 지른 완가리란 여교수의 22년간의 나무사랑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또한 일 년간이나 나무 위에서 버티며 숲을 살려낸 미국 아가씨의 영웅적인 나무사랑 운동도 참으로 감동적인 행위이며 그들의 숭고한 뜻이 우리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4월은 나무와 숲의 달이다. 얼어붙었던 대지가 풀리고 앙상한 나뭇가지에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을 바라보면 신기할 뿐 아니라 생명에의 외경을 느끼게 한다. 도시인에게 최고의 '힐링'수단은 숲길을 걷는 것이다. 바라보기만 해도 숲은 항암효과가 있다고 한다.

아마도 태고 적부터 나무와 사람은 나눌 수 없는 하나였던 것 같다. 나무는 산소를 내뿜어 우리들에게 생명력을 주고 사람들이 내뿜는 탄산가스로 나무들은 신진대사를 한다. 절묘한 신의 섭리다. 아마존의 밀림이 지구의 허파로 일컬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개발이란 이름으로 많은 밀림이 벌목되거나 인간의 부주의로 소실되었다. 우리 인간도 자연생태계의 일부이기에 자연훼손은 자연재해로 이어져 우리들의 삶의 터전을 황폐화하게 할 것이다. 따라서 나무를 지키는 일은 우리들의 생명 자체를 보존하는 일이다.

나무는 물과 흙과 태양의 아들로 태어나 신의 메시지를 전한다. 아름드리 거목일수록 그 뿌리는 깊고 어두운 곳으로 향한다. 나무는 비바람을 피하지 않으며 주어진 분수에 만족할 줄 안다. 이처럼 나무도 훌륭한 덕을 지녔다. 나무에 귀를 기울이는 자는 진리를 안다.

나무는 자연의 영혼이다. 나무를 사랑하는 인간의 마음도 초록색의 영혼이 될 것이다. 나무들이 전하는 신비로운 녹두문자를 사람들은 읽지 못한다. 나무아줌마처럼 절실해야 나무를 안다. 왜가리소리를 바락바락 지른 나무아줌마처럼 우리도 한그루 나무를 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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