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현장- 기웅아재와 소녀 단비, 구수한 입담과 사투리 큰 인기

MC 기웅아재와 소녀 단비.

"어무이요~억수로 반갑네~예~." "좋구나~."

기웅아재와 소녀 단비의 갑작스런 방문에 자식 반기듯 버선발로 마중하는 어르신. 가지각색 눈물 사연에 단비의 구수한 노랫가락이 어우러져 깊은 고향 맛을 전한다.

지난 5일 오전 7시40분 방영된 TBC '싱싱! 고향별곡'이다.

매주 토요일 오전 7시40분 높은 시청율을 자랑하는 '싱싱! 고향별곡'은 지역 고향마을을 찾아 어르신들의 삶과 애환을 노래로 풀어가는 로컬 프로그램. 어르신들의 구수한 입담과 매력적인 트로트가 어우러져 고향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기웅아재와 소녀단비가 매주 대구경북지역 고향을 방문하지만, 방송을 만드는 제작진은 프로듀서(이하 PD)와 작가 각 1명, 그리고 촬영팀 등 총 10명씩 2팀이 짝을 이뤄 진행된다.

지난 5일 방영된 김천시 대덕면 조룡리 편은 박원달PD와 박지현 작가가, 지난주 방영된 포항시 흥해읍 용한1리 편은 이학락PD와 이진아 작가가 중심으로 작업했다.

지난달 김천에서 만난 박PD는 "주말 아침을 여는 효도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는 자랑이다. 그럴 만 한 것이 2008년 5월 첫회 시청률(시청률조사회사 TNmS 기준) 4.0%로 출발해 2009년 8.8% 이후 2012년부터 10%의 벽을 넘었다. 로컬 프로그램 시청률이 10% 이상 나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2012년 8월 한국PD협회가 선정하는 이달의 PD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박PD는 이 프로그램의 인기비결로 "'자연스러움(Be natural)'과 '새로움(Something new)', 그리고 구수한 사투리와 트로트로 대구경북 어르신들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달 포항 용한1리을 촬영한 이PD도 "두MC의 친화력과 소외된 농어촌의 노인층을 다시 한 번 무대의 주인공으로 끌어냈다는 점"을 꼽았다.

매주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고향 어르신들이 젊은 세대의 전유물과 같은 방송에 당당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의 평범한 삶이 방송을 통해 '특별한 이야기'가 된다.

촬영 과정에서 제작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이다.

군이나 면 단위가 아닌 '조룡리', '용한1리'처럼 작은 마을 안에서 어르신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10명의 제작진이 불시에 투입되는 과정은 흡사 '몰래카메라'를 방불케한다.

제작진의 호흡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두MC와 PD, 작가, 카메라맨 2명, 오디오, FD, 운전기사 등 소수정애부대로 출동하는 이들은 그야말로 손발이 척척 맞는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예를 들어 두 승합차가 가다가 멀리 일하는 할머니가 보이면, 기사들은 할머니가 보이지 않는 곳에 조용히 차를 세운다.

그 사이 카메라 감독과 오디오맨은 발 빠르게 촬영 준비를, FD는 현장 세팅 준비를 한다.

촬영 전날 마을 답사를 마친 PD와 작가는 두 MC에게 일하시는 할머니의 캐릭터, 사연 등을 간략하게 설명한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차 문이 열리면 열 사람은 일사천리로 살금살금 할머니에게 다가가 자연스러운 모습이 카메라에 담는 것이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각본 없는 드라마'가 매주 연출된다. 갑작스럽게 카메라 앞에 서는 어르신들은 늘 예상보다 훨씬 풍부하고 깊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식사를 마친 후 마루에 까무룩 잠든 어르신, 내기 화투를 치다가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 호미질하며 구슬땀을 흘리는 아버지 등 삶의 익숙한 모습들 그대로 표현되는 것이 '싱싱! 고향별곡'의 강점이다.

즐겁지 않은데 즐겁게 포장하거나, 스텝들이 감동하지 않고는 시청자들이 감동받길 바라지 않다. 촬영 현장에서 받은 감동을 그대로 전하려는 것이다.

슬픈 사연을 더 슬프게 포장하기 위해 눈물샘을 자극하는 음악을 넣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조미료를 치지 않고 자연 그대로 전하겠다는 각오다.

박PD는 "거친 음식이 몸에 좋듯 그런 프로그램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고향어르신들에게 가장 반갑고 친숙한 손님은 기웅 아재와 소녀 단비다. 이 둘의 인기는 여느 아이돌 못지않다. 제작진 모두 "두MC 캐릭터의 매력"을 인기비결로 꼽기도 했다.

매주 대구경북 곳곳 고향을 방문하면 어르신들은 자연스럽게 '단비야', '기웅이 아재'라고 정겹게 부르고, 때때로 촬영되는지도 모른 채 두 사람과 어울리는 순간이 즐겁다.

이런 자연스러움이 화면에 그대로 녹아나 고향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다.

박PD는 "두 사람의 친화력과 말솜씨, 그리고 구성진 노랫가락이 어르신들의 마음 속 깊은 사연을 풀어놓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며 "얼굴만 봐도 반가운 기웅아재, 손녀 같은 단비, 친근한 두 사람이 어르신들에게 다가가는 힘은 아주 크다"고 말했다.

또한 제작진들은 촬영이 아니라 고향으로 놀러 간다는 마음으로 대구경북 곳곳을 누빈단다. 어린 시절 외갓집에 놀러 가듯, 어르신들이 어떤 말씀을 해주실지 기대하면서 말이다.

촬영지를 기웃거리는 기자에게 촬영기사 한 명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힘들어서 지치거든요. 우리는 놀 듯 일하고, 일하듯 놉니다"는 웃음이다.

빠른 방송가에서 6년 이상 꾸준한 사랑을 받기란 쉽지않다. 하지만 포항에서 만난 이 PD는 "이 프로그램은 방송소외계층인 노인대상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지역 발전에 기여한 작품"이라는 자부심을, 김천에서 만난 박PD는 "'싱싱! 고향별곡' 이 가지는 장점과 색깔을 잃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고민 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기웅아재와 소녀 단비는 "경북의 모든 마을에 발 도장을 찍을 때까지! 고향의 모든 어르신을 만날 때까지! '좋구나~'를 외칠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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