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초 스페인은 아메리카대륙의 잉카제국과 아스테카제국을 멸망시켰다. 두 인디언제국과 스페인의 싸움은 석기문명과 철기문명의 싸움이었다. 총과 대포로 무장한 강력한 스페인군대는 아주 특별한 존재로 인식됐다. 인디언들은 이들이 '다시 돌아오겠다'고 선언하고 떠난 두 제국의 창조신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들의 존재를 더욱 신비롭게 만든 것은 질병이었다. 유라시아대륙과 오랜 기간 동안 분리돼 있던 아메리카 인디언은 유럽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없었기 때문에 많은 인디언이 천연두 같은 질병에 걸려 죽어갔다.

인디언들은 "우리는 죽는데 저들은 왜 죽지 않는 것일까. 저들은 특별한 존재가 아닐까?" 스페인군을 경이롭게 봤다. 인디언들은 이들을 제국의 원주민으로 환대, 제국을 돌려줘야 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불과 수 백 명의 스페인군대가 수백 만 명의 인디언을 정복할 수 있은 데는 이 같은 인디언의 착각이 큰 작용을 했던 것이다.

'날 위해 울지 말아요(Don't cry for me Argentina)'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자 후안 페론의 아내 에바 페론에게 성녀의 후광을 씌워준 노래다. 시골에서 사생아로 자란 에바는 겉으로는 여성스럽고 남편에게 순종적이지만 사실은 후안 페론의 뒤를 든든히 받쳐주는 버팀목이었다. 여성 참정권 확대에 적극적이었으며 출처가 불분명한 에바 페론재단 기금을 아낌없이 나눠줘 아르헨티나 민중들에게 성녀로 비쳤다. 270일 동안 306벌의 옷을 갈아입을 정도로 호사스러웠지만 오히려 그녀의 화려한 생활이 동경의 대상이 됐다. 33세에 요절하자 민중은 그를 성녀로 숭앙했다.

하지만 유럽 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아르헨티나의 국가 위상이 추락한 것은 민중이 성녀로 착각한 에바 페론의 포퓰리즘이 원흉이었다.

착각은 자유다. 사람은 누구나 착각을 범한다. 안철수 신당과 합당, 안철수만 끌어들이면 지지율이 대박날 것이라 기대했던 민주당의 생각은 착각이었다. 합당 후 '안철수 효과'는 별로인 것 같다. 오히려 역효과 조짐마저 보인다. 신당지지율도 도로 민주당 수준으로 떨어지고 안철수 파워도 신통찮다. 합당 착각으로 '쪽박당'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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