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3일 구미시문예회관

연극 '엄마의 소풍' 공연 모습.

"엄마는 소풍을 가고, 나는 엄마를 버리러 간다."

이상한 일이다.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리던 한국 사회가 변했다. 독거노인의 수가 급증하고 있고, 노인의 자살률 역시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식이 부모님을 방치하는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해외에 버리고 오는 신종 풍속까지 생기고 있다.

현대판 고려장을 풍자한 연극 '엄마의 소풍'이 12일부터 13일까지 구미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연극은 제 몸 하나 건사하는 것도 고달픈 한 남자가 소풍을 빙자해서 엄마를 버리러 가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부모님을 효로 모시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현대 사회의 현재 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배운 것도 변변치 않고 가진 것도 없는 마흔 한 살의 봉철수. 그는 무리하게 사채를 끌어들여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였다 쫄딱 망하고 만다. 그에게는 엄마 옥분이 있다. 상황도 변변치 않은데 엄마는 치매에 걸렸다. 옷에 변을 싸고 어린 아이처럼 헛소리만 한다. 봉철수에게 엄마는 귀찮은 거추장스러운 존재일 뿐이다. 결국 그는 필리핀으로 밀항할 계획을 세우고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가운데 자신의 앞날을 막는 무거운 짐이 되어버린 엄마에게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만다.

봉철수는 극 중 "남의 집 자식들처럼 좋은 것으로 먹이지도 입히지도 못했으면서 늙어서는 똥이나 싸고 헛소리나 하는 귀찮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엄마를 버리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 말이다.

치매에 걸린 엄마를 버리려는 아들의 모습을 통해 관객은 자신의 가정을 돌아보고 가족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현대판 고려장을 통해 우리가 찾아야 할 진정한 사랑, 어머니와 자식의 천륜을 새로운 시선으로 성찰하고, 붕괴되어 가는 대한민국의 가정의 현주소를 고발한다. 이런 우리 시대의 아픔을 코믹하게 풍자하고, 진정한 가정의 정체성을 찾는다.

진정성과 재미와 해학에 중점을 두었고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의 열연도 기대를 모은다.

안방 극장을 통해 연기력을 선보였던 탤런트 김형자의 캐스팅으로 더욱 이목이 집중된다.

아들 역엔 '황금의 제국'에서 열연하고 있는 정욱과 '넝쿨째 굴러 온 당신'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입증 받은 이종박이 더블 캐스팅됐다. 또한 개그우먼 김미진을 비롯해 TV드리마 '굿닥터' 등에 출연한 허인영 등이 출연한다.

공연시간 토 오후 3시30분, 7시30분. 일 오후 4시. 입장료 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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