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일상의 경험에서 찾아 에세이문집 펴내, "비극에서 고인 샘물이 영혼을 맑게 씻어줘"

비극의 샘수필과비평사 / 안영환 지음

"불합리한 사회에서 인간이 겪는 투쟁, 불운, 허무, 절망, 전쟁, 죽음의 비극에서 고인 샘물이 우리 영혼을 맑게 씻어줘 문명이 그나마 망하지 않고 지탱되는 것."

30여 년 간 KOTRA에서 근무하며 국내외 수많은 사람들과 교류해온 수필가 안영환(72) 한국문협 문인권익옹호위원가 그동안 경험한 국내외 일상생활 속에서 '비극의 샘'을 찾아 천착한 에세이문집을 펴냈다.

흑백을 초월한 인권평등의 대서사시로 생을 마감한 링컨의 비극이나 1871년 파리코뮌 혁명전사들의 비극에서뿐 아니라 평범한 개인이 겪는 비극이 인간의 눈물샘을 하염없이 자극해 그 흐르는 눈물로 영혼에 덕지덕지 끼는 독물들을 씻어내면서 우리는 산다고 작가는 말한다.

또한 "공산주의와의 체제경쟁에서 승리한 자본주의 세상에서 사람들의 눈물은 갈수록 메말라 가 지구 대지가 사막화되는 것처럼 인간문명도 그렇게 되지는 않을지(17쪽)" 걱정한다. 하지만 부평초와도 같은 인생살이는 세르반테스의 비극적 삶처럼 허무를 자아내지만(30쪽), "허무와 우울의 끝자락에서 존재에 대한 명상이 시작돼 절망 넘어 삶을 붙잡게 되는 것(65쪽)"이라고 했다.

제2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우리 일상에서 욕망, 불운, 전쟁, 죽음과 관련하여 얼마나 많은 비극들이 알듯 모를듯하게 벌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2차 대전 중 비극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던 네덜란드의 한 할머니는 '얼어붙은 심장'에서 "당신네 남북한 사람들이 화해하지 못한다면 야만인이 될 거예요(83쪽)"라고 말한 대목을 작가는 강조한다. 사실 남북한이 분단된 이후 70년에 이르는 세월동안 한반도는 비극적인 상황에 놓여있다.

6.25 직후 함박눈이 쏟아지던 날 밤 경찰과 빨치산 간 비극적 상황에서 "지금도 나는 순백의 눈 위에 선혈을 뿌린 증오의 실체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증오를 녹일 수 있는 사랑의 실체에 대해서는 지금도 뜨거움을 느낀다.(153쪽)"고 가족사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내 마음 만해의 마음'에서 "21세기 세계 유일한 분단국으로서의 부끄럼조차 모른 채 아귀다툼을 벌리고 있는 겨레에게 부끄러움을 깨쳐줄 샘물(129쪽)을 만해 한용운 기념관을 나오면서 갈구한다.

문화와 문명의 담론에서는 "사익추구의 문화가 충만한 한반도 문명에 공화주의적 문화요소가 충전되지 않는 한 통일은 불가능할 것(240쪽)"으로 내다본다. 결론적으로 인류문명 전체에 관해서는 "아무리 과학과 경제가 발전해 간다하더라도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시인의 마음이 퍼지지 않는 한 대량살상무기와 환경재앙에 의한 멸망의 벼랑 끝에서 인간은 방황하게 될 것(259쪽)"이라고 예단한다.

김우종 원로 문학평론가는 '안영환의 작품세계가 비극의 미학이며 눈물의 미학'이라고 정의하면서, '안영환은 사랑과 구원의 기능을 비극의 샘에서 찾고 눈물의 미학에서 찾으며 큰 공감과 설득력을 얻으며 한국수필계에서 높은 경지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평했다.

안영환의 작품집으로는 'EU 리포트'(2007년, 68차 청소년 권장도서) 및 '내일을 여는 키워드, 사소함에 있다'(2012년, 제4회 김우종 문학상 수필부문 본상) 등이 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