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실은 희망의 돛단배, 영일만 바다서 철썩이며 사랑과 추억이 새록새록

박상호 수필가·공무원

신의 바다 영일만 바닷가 오두막 집 늙으신 아버지가 보리쌀을 안치면 살구꽃 눈물 뚝뚝 떨어지듯 봄은 시나브로 바보천치처럼 우리에게 온다.

송화 가루 휘날리는 외딴 봉우리 눈먼 처녀가 그토록 몸부림치며 울며 지새운 밤이 저토록 찬란한 아침을 깨우기 위함이며, 귀머거리 딸을 남의 집 재취(再娶)로 시집보내는 어머니가 딸아이 신부 옷을 꿰매는 바늘같이 가슴 꼭꼭 찌르듯, 절름발이 우리아재 술지개미 퍼마시고 벌겋게 취하면 영일만의 봄은 때로는 아픈 가슴으로 때로는 눈부신 겸손으로 들락거린다.

봄이 오면 산 골자기 골짜기 마다 기쁜 첫사랑 마냥 환한 꽃들이 피어 만발하고 찔레꽃 덤불아래 차렸던 하얀 신방에 걸어두었던 꽃가지들은 아직도 우리의 가슴속에 살아 징징되고 있다.

살구꽃 핀다고 한잔하고 복숭아꽃 핀다고 한잔하고 애잔하기가 첫사랑 옷자락 같은 진달래 피면 한잔하고 명자 꽃 피면 이사 간 명자 생각난다고 한잔하고, 새 모시 적삼에 연적 같은 저 젖 봐라.

앵두 같은 입술로 깨물어 물어터진 사랑의 상처여 그 영광이여.....,

봄은 사랑이다.

뜨거운 숯불에 입술을 씻었던 이사야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온 세상 푸르던 젊은 날 어깨를 늘어뜨리고 허기진 마음을 갈아엎던 사랑, 눈보라처럼 휘날리는 아카시아 꽃으로 은빛 출렁이는 꽃등을 들고 사랑의 뜰에 나서면 벌거벗은 나목으로 나를 꼭 껴안아 주던 사랑, 뜨거운 술에 붉은 독약타서 마시고 천길 절벽 위를 뛰어내리는 사랑, 가장 눈부신 사랑은 가장 눈부신 소멸의 다름 이름이듯 이 세상 서럽고 시리기만 한 사랑의 이야기가 영일만 언저리에 푸른 파도로 부서진다.

영일만의 봄은 까마귀 나는 푸른 보리밭과 갈매기 나는 검푸른 바다와 함께 꿈틀거리는 욕망으로 뒤척이고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빈 하늘만 눈에 차온다.

봄은 추억이다.

작은 뜰채로 고기를 잡아 그 고기를 같이 먹던 덧니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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