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와 그 학설이 어떻게 말을 하든 간에 담배에 필적할만한 것은 없다. 그것은 신사의 정열이다. 담배 없이 살고 있는 사람은 살아 있는 가치가 없는 사람이다." 몰리에르의 '돈후안'에 나오는 말이다. "담배를 피우는 풍습이 생긴 뒤로 궐련은 크게 인간의 창조력을 북돋아 주어 상당히 오랜 세월에 걸쳐서 공적을 쌓아 왔다." '생활의 발견'에서 임어당이 밝힌 담배 예찬이다.

"처음에는 순수 애연(愛煙)이던 것이 차츰 생활철학을 해 오는 동안, 과도한 긴장 상태와 완만 상태의 템포를 조절하고 조정하고 나아가서는 조화하는 바를 효험함으로써 이제는 연아 일체경(煙我一體境)에 산다고나 할까. 하여튼 무연 인생을 생각할 도리가 없게끔 되었다." 호까지 '공초'인 시인 오상순은 아예 '물아일체'가 아니라 '연아일체'론을 폈다.

영남대 도서관에는 필사본 형태로 소장돼 있는 '연경(煙經)'이란 책이 있다. 책 제목 그대로 담배를 경전에까지 추켜올렸다. 연경의 저자 이옥(李鈺·1760~1815)은 담배가 조선에 전래된 지 200년이 넘어 일상용품이 됐으며 각종 흡연도구도 지천으로 깔려 있고, 그 품종 또한 실로 다양함에도 그에 관한 전문서적이 없음을 한탄해 이 책을 짓게됐다고 했다. 조선에 담배가 들어 온 것이 조선 중기 선조(1567~1607)대였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왕 가운데는 정조가 가장 유명한 담배 예찬론자다. 정조는 "담배가 아니면 답답한 속을 풀지 못하고 꽉 막힌 심정을 뚫어주지 못한다."며 "담배를 백성들에게 베풀어줌으로써 그 혜택을 함께 하고자 한다"고 했을 정도다.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담배예찬론은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999년에는 흡연자 김모씨 등 30명이 KT&G(옛 담배인삼공사)와 국가를 상대로 흡연자들이 오랜 기간 담배를 피우다 암에 걸렸다며 배상을 요구하는 '담배소송'을 냈다. 어제는 소송이 제기된지 15년만에 대법원 판결이 났다.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고, 제조사인 KT&G와 국가가 담배의 유해성을 은폐하는 등 불법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흡연자 패소를 확정했다.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대법원이 너무 일방적으로 제조사와 국가의 편에 섰다는 느낌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