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현정 기자가 만난 문화인-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윤용섭씨

최근 한국국학진흥원은 교양총서 '오래된 질문을 다시 던지다' 제8권을 출간했다.

윤용섭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이 그동안 '유교철학의 실천'과 '동양 음악의 수용'을 연구한 성과를 담은 것이다. 동양 고대문헌 속에 나타난 음악에 대한 사유를 개념적으로 훑어내려오면서 그 의미를 파악하고 맥락을 정리한 최초의 연구라 할 수 있다.

지난주 윤 부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한국국학진흥원 교양총서로 출간된 책은 어떤 책인가.

△ 타이틀은 '음악, 마음을 다스리다' 다. '오래된 질문을 다시 던지다' 기획 8번째로 '예(禮)가 몸을 다스린다면, 악(樂)은 마음을 다스린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 민족은 춤과 노래를 즐겼고 잘했다. 길을 가면서도 밤낮 끊임없이 노래를 불렀다고 '후한서(後漢書)'에 기록했을 정도다. 그리고 '동방예의지국'이란 칭송을 들을 만큼 일상의 예절이 반듯했다. 이와 같이 '예악'과 밀접한 민족인 우리는 지금도 음악을 잘하는 나라에 속한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유교의 진정한 목적과 그 구현 방법, 시문학과 예절과 음악의 유교적 해석과 상관관계, 특히 유교가 제시하는 음악의 본질과 효용성을 이야기하려 했다.

유교는 옛날이나 현대나 많은 오해를 받아왔고 지금도 받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지나친 충효의 강조와 예법과 성리학 연구에 치우쳐 딱딱하고 권위적인 학문으로 비쳐왔다. 그러나 사실 유교의 바탕은 휴머니즘이며 너무나 인간적이다. 유교에는 도덕과 윤리, 철학과 과학, 정치와 행정, 문학과 역사가 모두 갖춰져 있을 뿐 아니라 정제되고 화려한 예술을 보유하고 있다. 유교의 목적은 한마디로 개인과 국가를 도덕적으로 완성하는 것인데, 이것을 시문학과 예절과 음악으로 실현되게 하는 것이다.

-유학은 예절과 음악을 통해 개인과 국가를 도덕적으로 완성하는 사상이라는 설명인데, 이것은 오늘날에도 가능한가.

△당연히 가능하다. 유교의 원리를 활용하면 현대사회의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되며 국가도 도덕적이며 문화적인 국가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 정치교육의 원리가 국가적으로 적용·시행되면 선진국으로 들어갈 것이고, 국민의 행복도도 최고에 이를 수 있다. 이를 위해 국민의 각성과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데, 정치 행정의 지도자급과 시민단체, 각종 교육·학술기관, 언론, 특히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 이 책을 발간한 한국국학진흥원은 어떤 곳인가.

△ 우리나라의 국학이라고 할 수 있는 민족정통학문을 탐구하고 확립 보급하는 기관이다. 경북 안동에 자리하고 있다. 주로 경북을 중심으로 전국에 산재한 문헌과 유물을 수집 보존하며 그 가운데 담긴 민족의 얼을 발굴하고 가공, 보급하는 것이다.

현재 약 국내 최대 규모인 40만점의 문헌자료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교 책판 6만 4천장은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신청 중이다. 다양한 학술연구과 현장활동을 통한 유교문화와 인문정신문화의 진흥, 우리의 전통문화를 이야기로 전국 유치원생에게 전달하는 이야기할머니 사업, 선조의 이야기를 개발하는 스토리테마파크 사업, 특별전시회, 인성교육 등 국학진흥원의 고유사업은 물론, 정부 문화융성정책과 경북도 유교문화진흥의 구체화 등 많은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 개인적으로 정가(正歌)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

△ (사)한국정가진흥회를 설립해 12년째 전국정가경창대회를 개최하는 등 정가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정가에는 가곡, 가사, 시조가 있는데, 그 종가(宗家)는 가곡이다. 가곡은 신라의 향가에 바탕을 두고 고려, 조선시대에 걸쳐 발달한 민족정통 성악곡이다. 시경으로 대표되는 유교가 제시하는 바른 음악의 전통을 계승한 노래다. 심지어 2009년 유네스코의 인류무형문화자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역사적 예술적 가치가 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거의 이 노래를 잊어왔고 교육현장에서도 가르치지 않는다. 자칫 인멸의 우려도 있는 것이다. 이를 모두에게 알리고 계승·보급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경북도와 경산시의 협조를 얻어 전국정가경창대회를 12년째 열고 있다. 이 대회는 전국의 남녀노소 800여 명이 참여하는 큰 대회로 성장했고 이 결과 전국적으로 정가가 상당히 보급되고 경북도가 정가를 지키는 문화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포항과도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포항에서 두 번 부시장의 일을 보았고 한번은 시장대행직도 수행하는 영광을 가졌다. 포항은 찬란한 아침 햇살을 맞이하는 붉은 태양의 도시이며 출렁이는 동해를 안고 있는 푸른 바다의 도시다. 일월과 소통하는 문화전통과 대양으로 뻗어가는 기상을 지녔다. 현재도 경제, 산업, 교육, 과학, 레저 등에 경북에서 가장 활발한 도시며 성장잠재력이 무한하다. 바다와 접해 있는 포항시는 시민의 잠재력이 극대화 해 한국을 대표하는 해양산업도시, 문화교육도시가 됐으면 한다.

- 국학연구나 정가 보급 등 전통문화 연구에 힘써왔는데, 앞으로 계획과 꿈이 있다면.

△ '전통을 이어 미래를 연다'는 한국국학진흥원의 목표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동양사상과 민족문화, 특히 우리나라와 경북의 역사와 문화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보급하는 일을 하고 싶다. 또한 정가나 정악 등 좋은 음악이 이 나라에 울려 퍼지고 우리민족의 뿌리역사가 정립돼 민족주체성이 확립되는 일을 돕고 싶다. 궁극적으로 이 나라가 고대에 그랬듯이, 문화적이며 도덕적인 일등국가가 되는데 미력이나마 기여하고 싶다.

유교가 제시하는 음악적 본질과 효율성을 이야기하는 윤용섭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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