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가능성의 예술, 포항시장 적임자 선택은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제갈 태일 편집위원

어느 초등학교 교실에서 '암탉이 울면 어떻게 되지요?'하고 물었더니 대답은 '알을 낳지요'였다. 집안이 망한다는 말은 낡은 버전이 되었다.

국무총리에도 오르고 이제 여성 대통령의 시대를 열었다. 호주제도 폐지시켰으며 '딸들의 반란'으로 문중출입도 자유로워졌다.

금녀의 집도 차례로 허물어졌다. 사관학교도 해군함정에도 여군이 등장했다. 에베레스트를 정복했고 여의사가 비뇨기과를 개업하고 대법관과 헌법재판관도 등장했다. 해양경비정장에 군사법원장까지 나왔다.

민주화운동, 고용평등, 성매매금지 등 여성운동 반세기는 세상을 온통 장미빛으로 바꾸었다. 바야흐로 여자라서 행복한 세상이다.

그러나 여성차별이 우리만의 봉건잔재라는 생각은 잘못된 편견이다. 서구사회는 우리보다 훨씬 더 여자를 학대했다. 창세기의 여자란 남자의 갈비뼈로 생겨난 부속품이고 심심풀이 씨받이에 불과했다.

천하의 아리스토텔레스까지 '여성은 어떤 속성의 결여태'로 보았다. 남자가 구비한 것을 다 갖추지 못한 불구쯤으로 치부했다. 지금도 중동여성들이 검은 면포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콤플렉스로 남아있다.

중세를 지배한 기독교적 여성관은 더욱 가혹하여 '마녀사냥'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여성을 성욕의 화신으로 몰아 매도했다. 중세 기사들은 전쟁에 나가기 전에 여자들에게 정조대를 차게 하여 자물쇠를 채웠다. 서양은 칠거지악보다 훨씬 야만적인 수단으로 여자를 학대했다.

여권신장으로 죽을 쓰는 것은 남정네들이다. 남존여비는 옛말이 되었고 오히려 역차별이 판을 친다. 여자들은 결혼을 필수가 아니라 선택으로 본다. 장가가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기가 죽은 남자들은 날마다 새우등을 하고 밥벌이를 위해 세상 속으로 떠밀린다.

이제 남녀 간의 성차별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 새누리당이 여성출마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겠다는 공약도 신선도가 떨어진다.

박대통령은 집권2년차의 지지도가 60%를 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은 우리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성(性)을 앞세워 시장자격을 논박하는 것은 어느 쪽도 편견이란 뜻이다.

한동안 여성후보의 포항시장 공천설로 선거판이 요동쳤다. 사랑방화두도 '여성'시장이었다. 대세는 남여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정치는 생물이다. 가능성의 예술이란 비유가 더 적절하다. 온갖 가능성을 두고 누가 더 맛깔스러운 시정을 이끌 것인가가 관건이다.

19일 포항실내체육관에서 새누리당 포항시장 최종경선이 실시된다. 당원투표와 시민여론조사를 병행하여 공천자를 확정한다. 낙하산식 하향공천이 아니라 상향공천제로 바꾼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여론조사에 참여하는 시민들도 지지자의 청렴도, 정치적 비전과 메시지, 시정을 주도할 아이디어가 참신한지를 보아야할 것이다.

53만의 살림살이를 맡는 포항시장은 할 일이 많고 갈 길도 멀다. 적임자가 누구인지는 결국 유권자들이 선택할 것이다.

친화적인 인품과 스마트한 경륜이 관건이 될 것이다. 진검승부의 비결도 남녀가 아니라 역시 '사람'이다. 상향공천제도 부패를 막는 의미 있는 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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