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낙타가 느릿느릿 걸어간다
그러나 지평선 위의 해는 쏜살같이 사라진다
설산의 눈이 느릿느릿 녹아간다
그러나 화들짝 봄꽃들은 쏜살같이 무너진다
네가 느릿느릿 말을 한다
그러나 말의 표정은 쏜살같이 내 가슴을 관통한다
느릿느릿 흘러가는 구름
그러나 쏜살같이 거꾸로 처박히는 맹세
느릿느릿 떠다니는 나뭇잎
그러나 쏜살같이 사라지는 물 위에 쓴 편지
느릿느릿, 그래도 한생
쏜살같이, 그래도 한생
느릿느릿, 그러나 쏜살같이
시계바늘이 너의 노래가
<감상> 세상살이가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아도 알고보면 빨리 지나가 버린다는 철리(哲理)를 터득할 수 있다고 할까. 영원히 살 것같이 착각하며 살아가는 우리네 삶도 언젠가 죽음의 갈로 들어서는 것과 다름 아니고 보면 말이다. (서지월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