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확보 위한 투쟁'은 사회 신뢰구조 크게 훼손, 사회적 책임 되새겨 봐야

김찬곤 경북과학대학 교수

의료차트를 잘못 읽어 위암환자의 갑상선을 잘라내고, 왼쪽 무릎의 관절수술을 받은 환자가 마취에서 깨어나 보니 오른쪽 무릎에 수술이 되어 있다거나, 암을 지닌 환자가 엉뚱한 처방을 받고 병을 키워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거나, 암인 줄 오해하고 큰 수술을 했는데 암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거나, 그냥 평범한 건강검진 정도의 검사를 받다가 생명을 잃었다거나, 맹장염 수술을 받았는데 붕대나 솜을 넣어둔 채로 봉합하여 그것을 꺼내기 위해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거나, 임신한 여성이 정기적 검사를 받으러 갔다가 병원의 실수로 유산하게 되었다거나 하는 의료사고가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물론 드러난 의료사고 사례보다 드러나지 않은 미담이 훨씬 많을 것이겠지만 그래도 우리사회가 갖는 의사들에 대한 믿음과 존경심을 생각해본다면, 의료사고는 반드시 없어져야 하고 또 그런 사고를 일으킨 장본인에 대한 비난은 아무래도 피하기 어려운 게 당연해 보인다. 의사도 사람인지라 완전무결할 수는 없을 테지만, 사회적으로 지니는 그들의 지위와 우러름을 감안한다면 의료행위에 대한 보다 높은 수준의 절제와 정확성을 요구받는 것은 무리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뜩이나 오진과 의료사고에 대한 사례들로 많은 사람들이 혼란해하고 있을 때, 의료계는 파업을 했다.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파업을 한다는 게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만만찮았음에도 어쨌든 파업을 단행했다. 정부정책의 부당성 때문에, 또 정부의 강경대응이 정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스스로 파업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어쩔 수 없이 협회가 한 결정이므로 따라야 한다는 명분으로 파업에 참여한 사람도 많았을 것이라는 후문이고 보면, 그 파업의 정당성 확보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더구나 핵심쟁점의 하나였던 원격진료에 대해서는 의사협회보다 오히려 정부정책에 대한 여론이 호의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업이 갖는 의미는 퇴색된 것이라는 평가까지 있어, 의료계파업은 득보다 실이 많은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작년 12월에는 의사협회장이 한 집회에서 흉기로 자해를 했었다.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어필하기 위해서나 어떤 일의 억울함을 표현하기 위해, 노동계나 산업계 같은 비의료계에서의 자해는 간혹 있어온 터이지만, 생명을 살리는 사명감으로 일한다는 의사가 자신의 주장을 호소하기 위해 자기 목을 긋는 행위는 우리 사회에 매우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는 의사가 가진 사명감을 경외하고 그들에 대해 가졌던 많은 사람들의 존경심을 한꺼번에 무너뜨렸고, 의료사고 때마다 그들이 보여주는 변명 내지 책임회피와 연계하여 비판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마치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하는 일반 노동자처럼, 원격의료행위 법제화로 발생할지 모르는 수입의 감소를 염려하는 '밥그릇 확보 투쟁'으로 의심하게 한다는 지적도 일게 했다.

오진으로 인한 의료사고에는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생명을 살려야 하는 의사가 자신들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여 칼로 자해한 일이나 환자를 담보로 의료파업을 감행한 일은, 최근 우리사회의 신뢰구조를 크게 훼손하는 사건이다.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이권과 바꾸려는 의도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삼 진정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를 묻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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