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작(與論操作)이란 말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여론조작은 특정인이 대중의 심리를 조작해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여론을 형성시키는 행위를 말하는데 상황인식 조작과 쟁점조작이 있다. 상황인식 조작은 히틀러(Adolf Hitler)가 이용한 방법으로 불리한 상황의 책임을 정적이나 다른 세력에게 전가 또는 은폐하는 공작을 벌이는 방식이다. 쟁점조작은 선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으로 불리한 쟁점은 다루지 않고 다른 쟁점을 들고나와 논쟁거리로 만드는 것이다.

여론조작은 한 나라의 운명을 가르기도 한다. '여론조작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의 홍보 전문가 에드워드버네이스(1891~1995)는 미국 농업기업인 유나이티드 프루츠사의 의뢰로 1950년대 과테말라 좌파 정권을 무너뜨리는 공작을 벌였다. 그는 미국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과테말라 좌파 정권의 위험성을 부각시키는 보도가 흘러나가게 했다. 각종 자료들을 윤색한 보도 자료들을 미국 언론에 전달했다. 뿐만 아니라 유력 신문사 기자와 칼럼니스트를 모아 현지 취재를 하게하고 여행자금을 지원했다. 심지어 정보조사 전문가를 과테말라 현지에 배치, 첩보망까지 가동했다. 그 결과 미국 여론이 급격하게 과테말라 정권에 불리하게 돌아섰다. 이후 미국은 여론을 등에 업고 침공을 지원, 과테말라에 카를로스 카스티요 아르마스가 이끄는 친미 군사정권이 들어서게 했다.

최근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별로 경선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데 일부 여론조사에서 여론조작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집을 비워도 원하는 곳에서 전화를 받거나 휴대전화로 전환이 가능한 착신전환 여론조사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새누리당 포항시장 경선 컷오프에서 특정 후보가 특정 연령대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이 나와 의외의 결과를 보였다. 이 때문에 경북도선관위와 경찰이 착신전환 여론조작 가능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우리나라는 IT강국이다. 하지만 일부 무차별 여론조작을 통한 민심왜곡과 선거 오도 행위가 무방비 상태로 방치돼 있다. 이는 대의민주주의 시대에 빚어지고 있는 야만적 수준의 범죄행위인데도 적극적인 법적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흔드는 범죄적 여론조작에 대한 원천봉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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