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방치 숨져…경찰, 미필적 고의 인정 살인혐의 구속영장

인터넷 게임에 빠진 20대 초반의 아버지가 생후 28개월 된 아들을 돌보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했다.

특히 아버지 정 모(22)씨는 숨진 아들을 담요에 싼 채 24일간 아파트 베란다에 방치했다 뒤늦게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린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남아는 지난 13일 오후 경북 구미시 인동의 길가에서 쓰레기 봉투에 담겨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 사건은 생활고로 인해 별거중인 정씨의 아내가 끈질기게 아들의 소식을 묻자 부부가 함께 13일 오전 대구 동부경찰서 동대구지구대를 찾아 "노숙을 하던 중 아들을 잃어버렸다"고 신고하면서 들통났다.

정씨의 정신상태를 이상히 여긴 경찰이 동대구역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특이점이 나오지 않아 계속 추궁하자 정씨는 결국 자신의 범행을 털어놨다.

경찰은 숨진 남아가 굶주림 또는 병사의 가능성을 두고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가릴 방침이다.

14일 대구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2월 24일 아내와 별거를 시작한 뒤 2살짜리 아들을 집에 혼자 둔 채 외출해 PC방과 찜질방 등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정씨 아내(22)는 생활고로 지역의 한 공장에 취직해 기숙사로 들어가 아기를 키울 수 없게 되자 정씨가 양육을 맡았지만 2~3일에 한 번 정도 집에 들러 확인한 후 다시 외출해 게임에 몰두하는 일을 되풀이했다.

중간중간 집으로 올 때 정씨는 아들이 먹을 것 등을 사들고 와 먹이기는 했지만, 외출한 뒤 아이의 끼니는 챙기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달 7일 오후 1시께 집에 돌아왔을 때 아들이 숨져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3월 31일 귀가한 뒤 상당히 부패한 시신을 담요에 싼 뒤 베란다에 내어놓았다.

이후 다시 외출한 정씨는 전세로 내놓은 자기 집에 중개사 등이 찾아오면 시신이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는 생각에 지난 11일 집으로 돌아와 100ℓ들이 쓰레기 봉투에 시신을 담은 뒤 집에서 1.5㎞ 가량 떨어진 구미시 인동에 시신을 버리고 평상시와 같은 생활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아들의 소식을 궁금해 하던 아내가 "아들을 보여달라"고 요청하자 "어린이집에 맡겼다", "아는 누나 집에 맡겼다"는 등의 거짓말을 계속하다 결국 경찰에 거짓 신고를 하면서 범행이 들통났다.

경찰은 정씨가 아들을 방치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만큼 아들이 숨지는 과정에 있었던 그의 행동에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아이를 방치·학대한 것이 1~2차례 정도로 그쳤으면 '학대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겠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고 방치한 것은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정씨의 진술 가운데 오락가락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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