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국과수에 감식 의뢰…자체적으로 불 날 전기배선 없어

14일 경북지방경찰청과 경북소방본부 관계자가 지난 12일 불이 난 영양고추유통공사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영양고추유통공사에서 난 불은 누군가 저지른 방화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지방경찰청과 경북소방본부는 14일 합동 감식을 벌여 직접적인 화원이 없다는 잠정 결론을 내리고서 방화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시료를 채취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했다.

시료는 화재가 시작된 플라스틱 상자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오전 4시 40분께 영양군 일월면 가곡리 영양고추유통공사에서 불이 났다.

불은 영양군이 운영하는 공장 건물 660여㎡, 고추건조기, 플라스틱 상자 25만개 등을 태워 3억5천여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낸 뒤 약 3시간 만에 진화됐다.

영양고추유통공사에서 난 불은 여러 사항이 상식에서 벗어나 있었다.

이 불이 시작된 지점은 주변 건물과 떨어진 고추수매용 플라스틱 상자가 있던 야적장이다.

이곳에는 자체적으로 불이 날만한 전기 배선 등이 없다.

영양고추유통공사에 근무하는 7명은 전날 오후 6시까지 고춧가루를 빻거나 고추씨 기름을 짜는 작업을 벌인 뒤 퇴근했다.

남은 사람은 경비원 권모(41)씨뿐이다.

2시간 단위로 순찰하던 권씨는 "순찰 근무 중 플라스틱 박스 야적장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보고 신고했다"고 말했다.

영양고추유통공사는 민가와 떨어져 있고 CCTV도 없다.

공장이 가동되지 않은 토요일 새벽에 불이 난 만큼 방화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화재 발생 초기부터 나왔다.

행정당국이 피해액을 부풀린 정황도 나타났다.

영양군은 약 70억원이라고 밝혔으나 소방당국은 3억5천만원이라고 해 큰 차이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강용택 영양경찰서 수사과장은 "방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양고추유통공사에서 난 불이 진압된 후 권영택 군수가 예비후보를 사퇴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지난달 26일 예비후보로 등록한 권 군수는 화재가 난 당일 오전 10시께 "군민의 주 소득원인 고추 판매와 유통에 차질이 예상된다"며 "사태 수습과 군민 안정을 위해 선거관리위원회 행정절차를 거쳐 업무에 복귀할 방침"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부 군민은 이번 화재가 군수가 업무 복귀를 결정할 정도로 위급한 사안인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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