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질식 대응 방안 내놓지 말고 아동보호 시설·인력 대폭 늘리고 구멍 난 아동보호망 대수술 해야

영유아 무상보육, 아동보육, 유아교육에 대한 우리사회와 당국의 지원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지역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문제가 전국적인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다. 대구에서 한 20대 아버지가 인터넷 게임에 빠져 28개월 된 아이를 내버려뒀다가 숨진 사건과 칠곡에서 발생한 의붓딸을 살해한 계모사건으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학대아동에 대한 사회와 당국의 보호방안 그리고 게임중독법 등 게임 규제와 관련한 법률정비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인터넷 게임에 빠진 20대 초반의 아버지가 생후 28개월 된 남자 아이를 방치했다가 숨지게 한 사건을 수사로 밝혀냈다. 부모가 현실의 자녀는 굶어 죽이고 게임 속 가상에만 매몰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경북 칠곡에서 8살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 대구지법 제11형사부는 계모에게 징역 10년, 친부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울산지법은 의붓딸을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계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판사가 국민의 공분 속에 형량을 고심했을 것이지만 민심과는 다른 판결이다. 칠곡 사건의 경우 계모가 복통을 호소하는 의붓딸을 방치하고 큰딸에게 죄까지 뒤집어씌웠지만 법원은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고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울산의 계모는 아이의 갈비뼈를 16개나 부러뜨려 죽음에 이르게 했는데도 판사는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국민의 법 감정과 동떨어진 제 멋대로의 판결이 아닐 수 없다. 변호사를 사서 소송을 통해 형량을 낮출 수 있다는 관행과 현실여건이 아동학대범죄를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판사들은 스스로 곱씹어봐야 할 일이다. 아동학대의 양형 기준은 일반사건과 달라야 한다. 이번 사건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며, 상해치사라고 하더라도 엄벌해야 한다. 검찰이 기소단계부터 살인혐의를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판부의 선고 형량이 낮을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다.

지난 2010년 경기도 수원에서는 부부가 롤플레잉 게임을 하다가 3개월 된 미숙아를 굶어 죽게 했다. 충격적인 아동학대사건이 잇달아 일어나자 정부도 사후약방문식으로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와 새누리당 최근 당정회의를 열어 신속한 아동학대 수사를 위해 전담수사팀을 만들기로 했다.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참여하는 다자협의체를 구성하고, 복지공무원도 5000명 늘리기로 했다. 아동범죄에 대응하자면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2009년 9309건에서 지난해 1만3706건으로 47%나 늘었다.

시설과 인력을 늘리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것은 고장 난 아동안전망을 뜯어고치는 일이다. 학대로 아동을 지켜줄 아동보호기관도 고작 50곳에 지나지 않는다. 칠곡 사건에서 담임교사의 신고로 아동보호센터가 가정방문까지 했으나 비극을 막지 못했다. 곳곳이 허점투성이고 당국의 대응이 무기력했던 탓이다. 아동학대를 뿌리 뽑자면 구멍 뚫린 아동보호망을 전면 손질해야 한다. 이들 기관들이 실제적으로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선진국형 제도적 장치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국민의식과 사회여건도 뒤돌아봐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부모가 아이를 두고 외출하는 것도 아동학대의 범주에 들어가나 우리 사회는 그런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다. 아동학대와 관련한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지만 우리사회의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아동학대사건에 대한 책임의식을 모든 국민들이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당국도 사건이 터질 때마다 땜질식 대응방안을 내놓지 말고 이번에는 진정한 아동 범죄를 멈추게 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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