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정나라 재상 자산(子産)은 강국 진나라와 초나라 사이에서 능란한 외교솜씨로 정나라 안보를 튼튼히 했다.

당시 제후국들의 우두머리 진나라는 각 제후국에 많은 공물 헌납을 강요해 정나라에겐 큰 고통이었다. 정나라 재상 자산은 진나라 집정자 범선자에게 서신을 보냈다. "당신이 진나라를 다스린 후 사방의 제후들은 당신의 미덕에 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소. 오로지 많은 공납만 거둬들인다는 말만 듣고 있소. 군자는 나라를 다스리면서 재화가 없는 것을 걱정하기 보다 좋은 평판이 없는 것을 두려워 한다고 들었소. 좋은 평판은 미덕을 싣는 수레이고 미덕은 나라를 유지하는 주춧돌이요, 주춧돌이 튼튼해야 나라가 무너지지 않는 법인데 어찌 미덕을 닦는데 힘쓰지 않을 수 있소. 아름답고 드넓은 관용으로 덕행을 선양하면 좋은 평판을 얻어 먼 곳에서도 제후가 찾아오고 가까운 곳의 제후들은 마음을 놓게 되오. 그러니 사람들로 하여금 당신이 참으로 우리를 살렸다라고 말하도록 만들어야지 우리를 착취해 자신의 배를 불렸다라고 말하게 해서야 되겠소. 코끼리는 상아로 인해 죽는 화를 입으니 이것은 상아가 값이 나가기 때문이요"자산의 서신을 받아 본 범선자는 대오각성, 공납을 줄이게 했다.

제나라 재상 관자는 힘만 앞세운 패권주의에 대해 경고했다. "영토가 광대하고 인구가 많고 병력도 강대한 것이 패자가 되기 위한 근본 조건이지만 힘과 더불어 국가로서의 덕이 필요하다. 덕이 있어야 비로소 다른 나라들의 지지와 심복(心服)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덕이 있는 나라는 비록 영토가 넓고 인구가 많아도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않는다. 군주도 교만하거나 방자하지 않다. 군대가 강해도 다른 나라를 얕보지 않는다. 이러한 나라야말로 패자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했다.

21세기 차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세계 각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결국 힘으로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병합시켰다. 러시아의 힘을 과시하지만 푸틴의 패권주의에 대한 서방측 대응도 만만찮아 신냉전주의 시대 도래가 우려되고 있다.

푸틴은 진정한 패자는 힘이 아닌 덕을 펴야 한다는 관자의 충고를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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