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누군가 미워져서
마음이 외로워지는 날엔
찻물을 끓이자
그 소리 방울방울 몸을 일으켜
솨솨 솔바람 소리
후두둑후두둑 빗방울 소리
자그락자그락 자갈길 걷는 소리
가만!
내 마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
주전자 속 맑은 소리들이
내 마음 속 미움을
다 가져가 버렸구나
하얀 김을 내뿜으며
용서만 남겨놓고
<감상> -공자께서 일찌기 '시삼백 사무사(詩三百 思無邪)'라 하지 않았던가. 시를 300편 정도 익히면 사소한 마음이 사라진다 했거늘, 찻물 끓이는 행위 또한 그와 못지 않은 것 같으니 마음 다스리는 것은 마음 안의 작용임을 어찌 모르리요만 사유의 폭을 넓혀갈 일이다. (서지월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