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침해 등 이유로 신분확인 어려워, 혼숙·흡연 등 청소년 범죄 온상지로 전락

K씨(45)는 최근 중학생 딸의 친구들이 SNS(Social Networking Service)에 올린 생일파티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K씨는 "술을 마시는 장면도 기가 막혔는데 장소가 무인텔이라는 말에 경악스러웠다"면서 "아이들을 저대로 놔두면 큰일 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무인자동숙박업소 일명 '무인텔'이 청소년 탈선의 온상지로 전락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기관이 개인 사생활 침해 등의 이유로 단속이나 점검에 제약을 받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포항시 남·북구청에 따르면 지난달 현재 여인숙, 모텔 등 숙박업소는 총 437곳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무인텔도 일반 숙박업소처럼 시설 등 설립 여건이 갖춰지면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행정기관에 신고만 하면 운영할 수 있다.

특히 기존에 카운터에서 빈방을 확인한 뒤 돈을 지불한 것과 달리 객실 앞 수납기에 대금을 지불하면 쉽게 출입해 사생활 보호 등으로 인기를 얻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14일 포항시 남구 한 무인텔은 각 객실마다 주차 공간이 독립적으로 마련돼 주차 후 수납기에 대금을 지불한 뒤 바로 객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남구의 또 다른 무인텔 역시 데스크에 가지 않고 층마다 있는 수납기를 이용, 대금을 지불하고 열쇠를 받아 객실로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사생활 보호나 편리성은 보장된 반면 해상도가 높은 CCTV에 한해 출입자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제대로된 신분 확인이 불가능해 청소년 출입또한 쉬워졌다.

이로 인해 청소년의 이성 혼숙이나 술·담배를 접하는 등 탈선 장소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문제는 행정기관이 개인 사생활 침해나 영업 방해 등의 문제로 일일이 단속이나 점검을 할 수 없어 첩보나 신고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15일 현재 포항남·북부경찰서에 일반 모텔에서 청소년 이성 혼숙으로 적발된 건수는 6건을 기록, 모두 112 신고로 이뤄졌다.

경찰은 일반 모텔에 비해 비교적 자유로운 무인텔의 경우 적발되지 않은 일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업주역시 사건이 발생하거나 적발되면 처벌을 받기 때문에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정화활동에 대한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등 행정기관의 예방활동은 한계가 있다"면서 "무인텔이라도 관리자가 상주해 있기 때문에 CCTV를 통한 모니터링으로 청소년 출입을 미연에 방지하는 등 업주 스스로 관심을 갖고 함께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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