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려면 예·복습 필수, 선행­심화학습 경계도 모호, 선행학습 금지 효율성 의구심

안영환 편집위원

선행학습과 예습이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겠다.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자면 예습과 복습은 필수다. 예습과 선행학습의 경계가 모호한데도 정부가 선행학습 금지의 칼을 빼든 건 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주자는 고육책인 듯 싶다. 한강변 기적의 초석이 돼왔던 교육흥국의 터전이 사교육비의 엄습으로 교육망국의 폐허로 황폐화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주거비 부담과 고용불안으로 결혼을 미루고 미루다가 30대 중후반에 이르러서야 가까스로 결혼한 부부들이 교육비가 무서워 애를 낳지를 않는다. 대학 서열화가 줄 세우기의 주범이다. 대학입시 시험 중 논술이나 구술과 면접 등에서 고교수준을 넘어서는 내용을 출제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정원감축과 재정적 제재까지 가한다고 하니 파급효과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입학정원이 줄고 정부지원이 끊기면 일류대학이라고 해서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오래전 한 저명한 문학평론가가 대학논술시험문제를 살펴본 다음 자기도 자신이 없다고 말한 대목이 기억된다. 시험점수의 허상을 경험하고 충격을 받았던 적도 있다. KOTRA에 근무 시 토익점수 만점짜리 사원이 영어로 실무를 처리하는 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경우를 접하고 그랬다. 칼럼을 쓰고 있는 내가 KBS 한국어시험을 치른다면 점수가 얼마나 나올까를 생각하면서 지인의 의견을 물었더니, "당신은 아마 낙제점을 맞게 될 터이니 생각도 마라"라고 해서 함께 웃었다. 줄 세우기 점수가 반드시 실제 실력과 능력을 반영하는 건 아니다. 선진국의 유수 인문고교와 대학에서는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를 도입하고 있지 않은가. 앞줄을 차지하기 위한 교육은 아무래도 주입식이 될 수 밖에 없고 그것은 창의력 개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것은 교육학자들의 지론이지만 서열화 때문에 개선이 안 된다.

수능이 쉬워져 변별력이 떨어지자 대학이 논술로 줄 세우기를 해 이젠 학원에서 논술 수강료가 가장 비싸졌다. 한데 논술에서 어떻게 고교수준을 뛰어넘는 경계를 설정하고 가려낼 수 있을까?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서 선행학습금지법이 되레 논술사교육만 부추길 거라고 걱정하는 전문가도 없지 않다. 도대체 선행학습과 심화학습의 경계가 매우 모호해 특목고와 자사고 등 특수학교의 학생들에게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거로 내다보는 전문가도 있다. 일반고의 몰락이 가속화될 거라는 전망이다. 정부와 교육 담당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경고이다. 예습, 심화학습과 선행학습의 경계를 또렷하게 세워 규제할 수 있을까? 사교육이란 학습역량이 현저히 떨어질 때 하는 게 정상이다. 내가 1980년대 말 독일 임지에 부임했을 때 애들이 현지 김나지움에 편입하는 특전을 누렸었다. 중 3과 고 1학년 정도의 등급이었는데 독일어를 비롯한 3개 국어를 배우고 있었다. 담임은 사교육 선생을 붙여줬다가 따라갈 만하니까 사교육을 금지시켰었다. 사교육이란 학습 지체자들에게만 하는 게 정상이다.

선행학습 금지가 사교육만 더 부추기게 된다면 큰일이다. 그래서 사교육분야에서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게 어렵다면 간단한 방법이 있다. 2020년부터의 대입시 중학교때부터 학원에 다니지 않았던 학생에게는 10% 그리고 고교때부터는 5%의 프리미엄을 부여하면 사교육 열풍은 시나브로 사그라지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