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바탕으로 인류문명 발달, 웅도 경북의 영광 회복하기 위해 정신문화 융성에 매진해 나가야

경상북도가 안동·예천 등 북부권 9개 시·군을 '한국 전통 정신문화 중심도시' 로 조성해 나간다. 이를 위해 정신문화 콘텐츠로드, 지역 브랜드콘텐츠, 신도시 문화환경, 컨트롤타워 및 프로그램 운영동력 등 5대 핵심사업, 60여개 세부사업에 1조2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앞으로 역사인물 유적복원, 경북 사상트레일, 정신문화 유산과 충의정신, 지역문화 브랜드 콘텐츠 발굴, 도청 신도시 역사자료관, 정신문화거리, 종가문화진흥센터, 아리랑 박물관, 견훤 트레킹 로드, 상주관아 성문 복원과 선비문화 배움의 길, 충의정신 선양의 길, 지역별 역사인물을 주제로 하는 드라마, 체험극 제작을 추진한다. 경북도는 한국 정신문화를 세계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 한국학 전공학자 지원, 전통문화산업 창조 콘텐츠 밸리 조성, 재외동포 한문화연수원 건립, 전통문화자원 창작타운을 추진하고 한국정신문화진흥재단 및 경북도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세계정신문화포럼 정례화도 계획하고 있다.

북부지역에는 수많은 역사문화자원이 산재해있다. 10세기 고창(古昌)전투도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 진충호국(盡忠護國)의 정신은 고구려 안시성전투와 임진왜란시 진주성전투와 유사하다. 통일신라 말 견훤의 후백제는 서라벌을 점령해 경순왕을 왕위에 올리고 팔공산 고려왕건과의 전투에서 승리, 후삼국 통일을 완성해가는 듯했으나 신라왕족 김선평이 성주로 있는 고창성과 왕건의 고려 연합군에 대패, 삼한통일의 주도권을 왕건이 차지했다. 권문세족 사찰의 수탈로 피폐해진 백성의 삶을 구제하려는 혁명웅지로 새 왕조 개창의 설계자 정도전이 이 지역 출신이다. 여말 신흥사대부의 이데올로그 정몽주는 홍건적의 침입을 격퇴한 명재상 김득배가 상주 저자거리에 효시되자 시체를 거두어 장사지내며 천하 명문의 제문을 지었다. 복원되는 상주성문 앞에 비석이라도 세울만하지 않겠는가.

임진왜란을 극복한 유성룡과 정탁 그리고 일제강점기 전후 의병과 독립투사를 가장 많이 배출하며 독립해방투쟁의 원동력이 된 지역이다. 동아시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 항일투쟁은 중국 베트남의 독립투쟁에 귀감이 됐다. 북부경북은 경상도의 상도(上道)라 불렸다. 단순히 지리적 위치뿐 아니라 명실상부한 상도인 것이다. 마하티르 총리나 리콴유 전 총리가 이야기하는 '아시아적 가치'의 핵심인 '유교적 자본주의'철학을 간직한 지역이다. 정신문화자원을 창조산업으로 승화시키겠다는 경북도의 장기계획은 만시지탄이지만 꼭 성공적으로 완성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 없다. 개별 시군들이 상호연계하여 시너지효과를 내야 할 것이다. 인류문명은 각자 다양성의 바탕 위에 하나로 모인 공동체 협력의 힘으로 발전해왔다.

지금 우리 사회는 자본의 무한 욕망으로 과도하게 경쟁하다 보니 넉넉한 정신문화 가치에 대한 존중이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외면해 왔다. 한국과 중국이 특히 심한 편이지만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정신빈곤을 타파하여 인격적 주체성을 살리고 파괴된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은 정신문화의 융성이다. 서양도 중세 암흑기를 벗어나 세계사에 선도자로 나서기 시작한 것은 고대 그리스 로마 정신문화로 돌아가는 르네상스였다. 경북도가 웅도의 영광을 회복하고, 오늘의 경제적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문화적 풍토를 가진 천혜의 고장이다. 문화의 힘이 문화경제(컬처노믹스·Culture nomics)를 창출한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중후장대한 장치산업에서 IT 문화콘텐츠산업으로 새로운 산업지도가 그려지고 있다. 다시금 정신문화가 조명 받는 시대에 지방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지역의 미래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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