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박사 안완식 - 우리 땅에 생명을 싹 틔우다청어람미디어 | 글 박남정 | 그림 김명길

"그럼. 우리 씨앗은 보물이지! 오래돼서 보물이고 앞으로도 계속 살아남을 것들이라 더 귀한 보물이지."

소년의 이름은 완식, '완전할 완에 심을 식, 완전하게 심어 편안하다'는 뜻을 담았다. 이름이 지닌 뜻 때문일까, 식물에 대한 소년의 애정은 남달랐다. 전쟁통에 폭격을 맞은 장독대에 싹 틔운 이름 모를 풀포기를 캐 와 텃밭 한구석에 키워 꽃을 피웠고, 고등학생이 돼서도 원예반에 들어가 활동할 정도로 식물 사랑이 지극했다. 그는 농과대학에 입학해 우리 벼를 비롯한 토종 식물의 우수성에 흠뻑 빠져 학창시절을 보낸다.

농촌진흥청 연구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안완식은 세계 각국의 식물자원연구소를 돌아보며 유전자원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국토 개발과 경제 개발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던 1970~80년대, 인구의 도시집중화로 농촌이 사라져 가고, 농부들은 수익에 훨씬 유리하고 재배도 손쉬운 종자 회사의 씨앗들을 사서 심기 시작한다. 더는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가 심던 우리 씨앗과 식물을 보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에 안타까움과 두려움을 느낀 안완식 박사는 유전자원 수집 운동을 하고 열정을 다해 토종씨앗 지킴이로 나서게 된다.

이 책은 안완식 박사의 철부지 어린 시절부터 농학도로 성장해 농촌진흥청에서 한평생을 몸담고 퇴직한 후 펼쳐가는 제2의 인생까지, 그의 삶을 조명했다.

그가 지켜낸 우리 토종 씨앗과 식물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인류의 기아를 해결해 준 공로로 미국 '녹색혁명의 아버지' 노먼 볼로그 박사에게 노벨 평화상을 안겨준 소노라밀의 기원이 우리나라 앉은뱅이밀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외국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우리 종자 중 일부도 돌려받고, 전국 농촌지도소 지도요원의 도움으로 1985년부터 2002년 퇴직할 때까지 종자 2만여 점을 수집하는 결실을 얻어 낸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것들을 보관·관리할 수 있는 종자은행을 설립하는 데 앞장섰는데, 이 종자은행은 세계 최대 규모의 유전자원 보존시설인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의 모태가 된다.

1985년 첫 토종 조사 당시 건재하던 토종 씨앗이 8년 후인 1993년 2차 수집 때 1차 수집분의 74%가 소멸됐고, 다시 7년 후에는 12%로 줄어들었고, 지금은 채 5%도 안 남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농가에서 재배하는 채소 씨앗 대부분 로열티를 내고 구입하는 실정임을 안타까워 한다.

말 그대로 '씨가 말라가는' 우리 토종 종자를 지키고 다국적 기업 종자 회사로부터 식량 주권과 종자 주권을 지키고자 기울이는 그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된다. 비영리단체 '씨드림'을 운영하고, 토종 종자와 작물에 관한 책들을 저술하고, 토종 수집과 연구 활동을 계속 하고 있다.

이 책은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으며 자연스레 깨달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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