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459명 중 9명이 사망하고 287명이 실종된 대형 여객선 세월호 사고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겼다. 특히 안타까운 것은 승객 대다수가 수학여행을 떠난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이다.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은 15일 저녁 제주도 수학여행을 위해 부푼 마음을 안고 세월호에 올라탔다. 그러나 16일 아침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쪽 해상에서 발생한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참변으로 꽃봉오리들의 꿈은 악몽으로 바뀌었다.

이들 중 불과 78명만이 구조됐고, 나머지 학생들은 아직도 어둡고 차가운 물속에서 생사를 모르고 있다. 이 아이들이 겪었을 공포와, 자식이 살아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구조작업을 지켜보는 부모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지난 2월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로 신입생환영회에 참가한 부산외국어대 학생 10명이 숨진 지 불과 두 달 만이다. 지난해 여름에는 사설 해병캠프에 참가한 공주사대부고 학생 198명 가운데 5명이 파도에 쓸려 사망했다.

당국은 사고가 날 때마다 재발방지대책을 내놓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행전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꿔 부르며 까지 안전을 강조해온 차에 일어난 대형 사건들이다.

이같은 대형 사건이 있을 때마다 일선 기관들은 응급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그 대책들이 불합리하고 즉흥적이어서 빈축을 사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어제 당장 여객선 침몰 사고와 관련해 수학여행 등 현장체험학습 시 안전에 우려가 있을 경우 행사를 즉각 취소하라고 일선학교에 지시했다.

시교육청은 특히 배나 비행기를 이용한 현장체험학습이 예정돼 있는 경우 보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교육부가 여객선 침몰 사고와 관련, 전국 시·도교육청에 긴급 공문을 보내 수학여행 등 일선 학교가 추진하는 현장 체험학습의 안전 상황을 재점검하고 조금이라도 안전에 우려가 있을 경우 취소하도록 주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이 그간 진행해 온 수학여행 근본 취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결정되고 있어서 우려된다. 여객선과 비행기를 이용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오직 국내 철도나 버스를 이용해 수학여행을 해야 한다는 말이나 다름 없다.

배나 비행기를 이용한 제주도 여행도 못하게 하는 조치인 것이다. 이처럼 불합리 한 결정이 어디 있나. 어떤 교통 수단이든 위험이 따르지 않는 것은 없다. 비행기나 여객선이 기차나 버스 보다 위험하다고 볼 수 없는데 사건만 터지면 즉흥적 대책을 내 놓고 있다.

한 네티즌은 "버스 사고 나면 버스 금지, 비행기도 금지, 배도 금지, 그러다보면 남은 건 튼튼한 두다리로 가는 것 만 남았네요. 최종적으로는 수학여행 금지"라면서 교육당국의 즉흥적 대책을 꼬집고 있다.

이번 기회에 수학여행 등 단체활동에 대한 대대적인 안전 점검은 있어야 한다. 또 일제 잔재로도 지적되고 있지만 관행처럼 돼 있는 대규모 단체여행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동안 교통사고 등으로 수학여행을 떠난 학생들이 희생된 경우가 여러 건 있었다. 교육 당국은 일선 학교에 보낸 '2014학년도 수학여행·수련활동 운영 안내'를 통해 대규모로 이동하는 획일적인 수학여행 대신 1-4학급 또는 학생 수 150명 이내 단위의 소규모, 테마형 수학여행을 권장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교육부의 이같은 지침대로 수학여행 대신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대대적 규제 개혁에 나서고 있다. 교육부와 일선 교육청이 내놓고 있는 사건과 관련한 배나 비행기 이용 수학여행 금지조치는 또다른 규제나 다름 없는 불합리한 것이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내놓는 즉흥적이고 대증적 대책이 아니라 단체 여행의 안전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깊이 있게 고민해서 내 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