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과 애도는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그 것은 서로에게 전파되는 감염증과도 같은 것이다. 한 사람이 생전에 다른 사람과 맺은 관계의 무늬와 빛깔이 저마다 달라서 슬픔이 단지 개인적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한꺼번에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는 비보를 접하면서 그것은 단순히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지역적, 국가적인 것, 전 인류적인 것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직접적 관련이 있는 사람에 있어서 슬픔의 빛깔과 무늬는 천차만별일 것이고 그 아픔의 깊이를 헤아리기 또한 어렵다.

막상 엄청난 슬픔 앞에 직면한 그들을 보면 무슨 말이나 행동이 사실 그렇게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 남긴 빈자리와 공허, 그리고 지난 세월동안 쌓아 온 유대의 끈은 평생 채울 수 없고, 놓을 수 없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과 그를 애도하는 것이 어느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당사자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개인적인 것일 뿐이다. 간접적으로 슬픔을 접한 사람들은 그저 서로를 위로하고 토닥여 슬픔을 공유하지만 그것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위안 같은 것이다.

공자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람을 문상하며 다른 사람들의 울음에 슬픔이 복받쳐 울었다는데, 그제와 어제 온 국민은 그저 망연자실(茫然自失)이다. 전남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로 탑승자 475명 가운데 어제까지 사망자가 10명이고 286명이 소재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179명이 구조됐다.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여객선 '세월호'에 승선해 단체로 제주도 수학여행을 가던 중이었는데 목숨을 잃은 학생 수가 늘어나고 있다. 단원고 2학년 신모(16) 군은 기울어져 가는 배에서 어머니에게 "엄마 내가 말 못할까봐 보내놓는다. 사랑한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때까지 사고 소식을 몰랐던 어머니는 "나도 아들 사랑한다"고 답했다. 다른 학생은 카카오톡 메시지로 사고전 어머니에게 바다 사진을 보냈고, 어머니는 사고 뉴스를 접한 뒤 "아들아 괜찮아?"라고 했지만 아무런 답이 없었다. 이런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진다.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km 앞 사고 해상에서는 해군과 해경이 빗속을 뚫고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실종자 들이 살아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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