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금선원 뜰앞 늙은 느티나무가
올해도 새순 피워 편지를 보내왔다
내용인 즉 별것은 없고
세월 밖에서는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이
말만 다를 뿐 같은 것이라는 말씀
그러니 가슴에 맺힌
결석(結石) 같은 것은 다 버리고
꽃도 보고 바람 소리도 들으며
쉬엄쉬엄 쉬면서 살아가란다
<감상> 늙은 느티나무가 잎을 틔우며 세상을 향해 내뱉는 말, 그 발상이 기발하지 않는가. 그저 잎을 틔우려니 생각하기 쉽지만 느티나무의 유유자적한 모습이 인간의 삶 다름 아니다. 인간이 자연에서 배우는 것이란 이런 성찰일게다. (서지월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