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탈출한 여객선 선장, 마음자체가 망가진 사람, 아이들 보기가 부끄럽다

제갈 태일 편집위원

생리적인 흥분이 폭발해 주의력과 정보처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태를 심리학에서는 '터널시야'현상이라 한다. 쉽게 말해 사람이 흥분되면 '눈에 뵈는 게' 없어지는 현상이다.

이런 터널시야 현상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정상적인 정신능력이 휘발되고 만다. 유대인을 가스실에 집어넣고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나치들은 흥겹게 모차르트 음악을 들었다.

유대인들은 사람이 아니라 자기들과 다른 짐승 같은 존재로 왜곡된 잣대로 폄하하면서 공격성을 유발시켰다. 이런 극단상태에 이르면 심리학은 '비인격화 효과'라는 말로 다르게 정의한다.

8살 난 의붓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계모와 친아버지의 끔찍한 살인사건은 터널시야를 연상케 한다.

죽은 딸보다 계모에게 미안하다며 이웃사람들에게 탄원서를 받아낸 아버지의 행동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같은 날 울산에서도 계모 살인사건에 대한 판결이 있었다. 소풍가고 싶다는 의붓딸을 갈비뼈가 부러지도록 때려 숨지게 한 울산 계모에게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울산 계모 살인사건의 생모는 "당연히 살인죄가 선고될 줄 알았는데 15년 형이 뭐냐"고 통곡했다. 살인자들의 판결이 연이어 관대해지자 방청객들도 분노했다. 외국판례에는 아이를 학대해 죽인 엄마는 종신형을 받았다. 또한 200년에서 400년의 형량을 받기도 한다.

두 곳에서 일어난 아동살인사건은 눈에 뵈는 게 없는 '터널시야'현상을 연상케 하고 이른바 '비인격화 현상'까지 의심케 한다.

또한 인터넷 게임중독에 빠진 20대 아버지가 PC방을 가려는데 3살 된 어린애가 잠을 자지 않자 입과 코를 틀어막아 숨지게 했다. 시신은 베란다에 두었다가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렸다고 한다.

이처럼 도박에 병적으로 집착해 보이는 심리적 해리현상을 '충동통제장애'로 심리학은 정의한다. 쉽게 말하면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와 같다. 인생을 도박으로 보고 대박을 쫒다 쪽박을 차는 사람들이다.

술꾼이 주당을 형성하듯 노름패를 불러 모으고 도박을 싫어하는 사람은 인간미가 없다고 적대시한다. 이런 상습도박자들은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강박적으로 도박에 매달리게 된다.

도박에 탐닉하는 자는 성미가 급하고 화를 잘 내며 적개심이 높을 뿐 아니라 자기중심적이다. 그러나 노름은 결코 남는 장사가 아니다.

모험과 스릴을 느끼며 노름에 열중할 땐 엔도르핀이 생긴다고 한다. 도박자가 손을 털지 못하는 이유이고 실패를 거듭하면 성공할 확률이 그만큼 높다고 믿는다. 이른바 '도박자의 환상'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범인이 아이의 시신을 담은 가방을 들고 태연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 안 거울을 보며 머리를 손질하는 모습이 CCTV에 찍혀 많은 이들을 경악케 했다. 마음이 고장 난 사람의 전형을 노름꾼이 보여주고 있다.

더욱 기가 막히는 일도 있다.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여객선선장은 300여 명의 실종자들을 두고도 제일 먼저 탈출했다. 이 선장은 마음자체가 망가진 사람이다. 실종자의 대부분이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들이니 참담한 일이다.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살아야 할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아이들 보기가 부끄러운 어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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